생사기로서 보낸 SNS
16일 오전 9시 27분. 신모(46'여) 씨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 다니는 아들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랑한다는 아들의 기특한 말에 신씨는 "나도 아들, 사랑한다"고 답장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고백에 이상한 느낌을 받은 신 씨는 잠시 후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황급히 달려간 학교는 신 씨처럼 자식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오열하는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본격적으로 배가 침몰되기 시작한 오전 10시께. 김모(43) 씨는 딸의 문자를 받고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딸은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 있으니까. 배 안이야 아직 복도"라며 오히려 김 씨를 안심시켰다. 김 씨는 마음을 가다듬고 "바깥 난간에 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딸은 "너무 심하게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어. 더 위험해 움직이면"이라고 답했다.
형과 다급하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 연락이 끊긴 학생도 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학생은 형에게 "데이터도 안 터져" "지금 막 해경 왔대"라며 연이어 메시지를 보냈고, 형은 "그래 구조대 오면 금방 오니까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라"라고 답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동생이 답이 없자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마음 강하게 먹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1분 단위로 연달아 보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침몰이 시작되고 바닷물이 배 안으로 급격히 차오르며 학생들과 연락이 끊겼다.
최초 구조된 21명의 학생들은 겨우 몸만 빠져나온 상황이라, 휴대전화 1대로 돌려가며 부모에게 전화했다. 구조된 직후 전화를 한 학생은 "엄마 난 구조됐는데 친구들은 어떻게 됐는지 몰라"라며 울부짖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구나 연락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던 학부모들은 자녀의 전화를 받은 한 학부모의 전화에 몰려들어 자녀의 생사를 물어보는 등 안타까운 상황은 계속됐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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