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게 행방묘연한 다단계 투자 할머니

입력 2014-04-17 09:38:20

가족들 연락끊겨 실종신고, "금전관련 범죄연루설 가능성"

매일신문이 연속해 문제점을 지적한 신종 금융 다단계 업체에 거액을 투자한 대구의 70대 여성이 20일 넘게 연락이 끊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족은 다단계 업체와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금전 관계에 의한 범죄 피해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A(73'여) 씨의 자녀는 "혼자서 생활해온 어머니가 연락되지 않아 집에 가봤더니 계시지 않았다"며 이달 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A씨가 가족과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건 지난달 21일. 그리고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한 A씨의 행적은 지난달 22일 끊겼고 16일까지 소식이 묘연하다.

가족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다단계 업체에 투자한 A씨가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족들이 A씨 집에 갔을 때 그곳엔 다단계 업체와 관련된 자료와 메모지가 있었다. 메모지에는 A씨가 다단계 업체에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가족은 A씨가 지난달 20일 대구역 맞은편 한 은행에서 현금 200만원을 찾았다고 했다. 가족은 "액수가 많아 급한 일이 있는가보다 여겼으나, 다단계 업체 사무실이 돈을 찾은 은행 부근에 있어 자꾸 의심이 간다"고 했다.

이후 A씨는 지난달 22일 낮 12시 20분쯤 집 근처 커피숍 앞을 지나는 모습이 폐쇄회로 TV에 잡혔다. 감색 외투에 분홍색 목도리를 한 A씨의 손에는 묵직한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10분쯤엔 동구 효목동 근처에서 통화 발신이 잡히기도 했다.

가족들은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소문하며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A씨가 거래하던 수성구 수성1가의 다단계 업체 사무실을 찾아 A씨가 투자한 금액이 5천2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950만원이 다단계업체 관계자 개인계좌로 입금된 것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다단계 업체 관계자는 "하루 현금거래액이 2천만원 이상이면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받게 된다"며 "이를 피하고자 나눠서 거래하거나 센터의 다른 사람을 통해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가족들은 신문에 실종 광고를 내고, 인터넷 카페에도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글을 올려 도움을 청했다. A씨의 아들은 "실종 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어디에 있는지 오리무중이다"며 "다시 돌아올 것이란 확신을 갖고 피가 마르는 고통 속에 날마다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하면서 애타게 찾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A씨를 찾고 있다"며 "계좌 내역과 금전 거래가 있었던 사람들과의 통신 내역 조회 등 다방면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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