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화전과 함께 입 안 가득 봄이 왔어요. 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이런 맛 모르죠?"
4월의 따뜻한 봄날 청송초등학교 교정, 물기를 머금은 연초록빛 풀잎이 깔린 화단 주변으로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였다.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잎이 아이들의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천지가 꽃밭이다. 아이들은 하얀 찹쌀가루를 물에 개고 이리저리 치댔다. 서툰 손놀림에 진득한 반죽이 사방에 묻어나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화전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미 전날 학교 주변에서 딴 진달래꽃잎을 다듬고 깨끗한 물에 씻어 준비를 마친 상태. 반죽을 끝낸 아이들은 기름을 두른 팬에 반죽을 올리고 동그랗게 편 뒤 꽃잎을 올렸다.
"예쁘다, 예뻐!"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만든 화전이 가장 예쁘다며 자랑하기 바빴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서로 보여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넉넉하게 만든 화전을 집으로 가져가 가족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천세은(8) 양은 "진달래 화전이 정말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며 "야외에 나와 꽃 바람을 맞으며 먹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화전 만들기는 청송초교의 '저녁돌봄교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저녁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이나 가정 형편상 일찍 집에 돌아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매일 오후 6~8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이곳 돌봄교실은 농촌 지역의 특성을 살려 색다른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봄에는 화전을 만들고 가을에는 송편도 빚는다. 아이들은 직접 자연에서 재료를 채집하고 음식을 만든다. 제기차기와 굴렁쇠 굴리기 등 전통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삭막한 도시 학교에서는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풍선과 색종이를 이용한 만들기 수업이나 학생들의 취미생활 위주의 프로그램도 있다.
이 학교 김종순 교사는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부담을 덜고, 학부모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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