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한 증권사 창구직원인 정희준(44'가명)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수시로 들리는 감원소식에 졸인 마음으로 출근한다. 그는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해 1억원 이상 챙겼지만 올해는 수입이 크게 줄어들 판이다. 정 씨는 "대구엔 기업이 적고, 경제 규모도 작은 편이라 실적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고객 수도 줄어 앞으로 영업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떨꿨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2천고지 돌파를 시도하면서 증권가에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증권맨들은 칼바람에 떨고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영업 실적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 사라지고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로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구조조정 칼바람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에 따르면 2012년 대구경북에서 26개 증권사, 6개 본부, 142개 지점이 있었으나 지난해 말 각각 23곳, 4곳, 124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10여개의 지점이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영업이 갈수록 부진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천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증권사 순이익은 그동안 꾸준히 늘어 2007년 4조4천98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11년만에 1천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감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영업이 갈수록 부진해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 등 증권사들의 제살깎기 경쟁, 인터넷투자 활성화 등의 이유로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증권사 영업부진으로 금융지도마저 변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증권가였던 반월당에는 증권사 지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20여개의 증권사가 성업 중이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증권사들이 지점을 폐쇄하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증권사는 굿모닝 신한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9곳. 한화투자증권이 10일 문을 닫은데 이어 같은 빌딩에 있던 대우증권 사무실도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맞은편에 위치한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폐점했다.
통폐합 바람은 대구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대구에 5개 객장을 운영중인 삼성증권은 조만간 대곡'시지점을 폐쇄한다. 메리츠 증권도 4개의 증권을 한개로 통합키로 했다. 교보증권'굿모닝 신한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통폐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벼랑끝에선 금융맨
지난해 일부 증권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은 올 들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내달 1일로 일부지점을 폐쇄하는 삼성증권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앞서 지점을 통폐합한 증권사 직원중 일부도 자의반 타의반 증권계를 떠났다. 아직 대구경북에서는 대규모 희망퇴직이 예고된 곳은 많지 않지만 실적여부에 따라 추가 감원이 잇따를 것이란 것이 업계 예상이다.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되는 우리투자증권과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등도 하반기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객장내 풍경도 바뀌었다. 14일 찾은 대구 중구 반월당 인근의 한 증권사 지점 객장. 손님이 없어 창구직원은 일손을 놓고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가끔씩 노인들이 들락거릴뿐이었다. 증권사 직원은 "투자자문을 받으려는 이들이 몇년 사이 확 줄었다. 대부분 인터넷 등을 통해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찾아오는 고객도 절반이 손실에 대한 항의 방문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던 객장 시황판이 사라진 것도 오래다. 현재 굿모닝 신한증권 등 일부 증권사 객장에서만 객장 시황판이 유지되고 있고 이마저도 곧 사라질 예정이다.
살아남기 위한 증권맨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증권은 매달 소규모 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사그라드는 투자심리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다. 금품을 동원하기도 한다. 현대증권은 수수료가 붙는 해외 증시 시세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겐 상품권 3만~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온라인'모바일 거래 시스템 신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매수한 주식과 동일한 주식을 한 주씩 선물로 줬고 올해엔 다른 증권사에서 옮겨 온 고객에게 현금을 최대 13만원 지급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