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잠은 학습의 연장이다

입력 2014-04-15 06:07:19

3월 14일 자 매일신문에 "미국, 수업 늦게 시작하는 고등학교 늘어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등교 시간을 한 시간가량 늦춘 후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개선되고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의 가능성도 줄어들었으며 무엇보다도 학업성취도와 대입 입학 점수가 올랐다고 한다. 등교 시간을 늦추니 그만큼 수면 시간이 길어진 결과이다.

뇌는 세상의 지식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낸다. 이것이 기억의 처리 과정이다. 그런데 지식을 뇌로 받아들인다고 다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뇌로 들어온 정보가 전문 용어로 '공고화'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고화'는 반복해서 외우고 또 외우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으로 들어온 정보가 기억 시스템 안에 안착하기 위해서 안정화되고 강화되는 처리과정을 말한다. 아침에 배운 내용을 저녁에 테스트하는 것과 자고 일어나서 테스트하는 것을 비교하면, 잠을 잔 경우에 학습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기억이 '공고화' 되었기 때문인데 낮에 학습을 위해 사용한 뇌 영역은 자는 동안에도 재활성화된다. 낮잠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밤에 충분히 잘 자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보인다.

물론 잠의 영향력은 학습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전날 끙끙거렸던 문제가 자고 났더니 실마리가 풀린다거나 새로운 운동을 배운 후 자고 났더니 정확도와 스피드가 좋아지는 등 자는 동안에도 뇌에서는 끊임없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사고가 창의적이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고, 했던 결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는 것은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별로 현명한 학습 방법이 아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 5락'은 뇌기능에 완전히 역행하는 말이다. 수면의 질과 수면 시간은 학교 성적과 학교생활 태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학업성취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재우자! 아이들을 푹 재우자! 그런데 자라고 하면 깨어 있고 깨어 있으라 하면 꼬박꼬박 조는 게 아이들이다. 완전 청개구리 삶이다. 잠을 안 자는 아이가 있으면 낮에 운동을 시켜서 피곤하게 만들어 재우고 책상 앞에만 앉았다 하면 조는 청개구리가 있으면 "자라. 제발 푹 제대로 자라!"고 권유하자. 이럴 때 아이들이 다시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일도하사불성'하거나 잠이라도 푹 자면 좋으련만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꾸벅거린다. 푹 자는 것이 불안함이 우리네 교육 현실이다.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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