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지방선거를 보면 지방자치가 보인다

입력 2014-04-14 14:57:33

지방자치는 해당 지역의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그들의 의사와 책임 아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사회의 공적 문제를 지역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지역주민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는 자치가 없고 통치만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의 일꾼인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지방선거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는 통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까지도 선거의 룰을 가지고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역발전과 지방자치보다는 지방선거를 이용하여 어떻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

결국 중앙정치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방선거가 되고 있다. 기초 지방선거 공천의 문제도 이를 지방자치 발전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정치적 득실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다수가 기초 지방선거 공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행정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당사자인 기초단체장의 76.1%, 기초의원의 71%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지방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바쁘다.

국민들이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지방선거에서 정당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한다면 무공천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단 시행해 보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나서 부작용이 지나치면 다시 공천제로 돌아가는 명분이 생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실험장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과 같이 지방선거가 정치적 논쟁으로 마무리된다면 정부가 약속한 성숙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함께 신뢰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방자치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 박근혜 정부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하여 작년 5월에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설립하여 20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으로 실천된 과제는 없다. 정치권이 나서서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추진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자.

사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 과제는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지방분권 과제와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자치경찰제 도입,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연계,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자주재원 확대 등 대부분의 과제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 온 과제들이다. 각각의 제도가 가지는 장단점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따라서 정치권이 선택만 하면 된다. 집권 초기에 지방자치 발전의 청사진만 제시하고 소모적 논쟁만 일삼다가 나중에는 유야무야되는 악순환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민선 6기의 시작은 지방자치의 성년을 알리는 해이다. 이제는 지방에서도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만 보지 말고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 4단체에서 주도적으로 과제를 선정하여 중앙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확실한 지방자치 로드맵을 작성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한다.

성숙한 지방자치도 민선 6기가 제대로 안착되어야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민선 6기 지방자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부터 지방선거가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중앙의 논리와 정치권의 정쟁으로 지방선거가 끝난다면 성숙한 지방자치도 여전히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의 밝은 미래를 보고 싶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조직분석진단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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