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류씨 하회마을 입향 선조 묘 555년 만에 전통방식 이장 재현

입력 2014-04-14 11:31:05

도청 신도시 내에 있던 풍산류씨 하회마을 입향 선조인 류홍 선생의 묘가 300여 명의 후손이 참석한 가운데 555년 만에 옛 방식대로 이장됐다. 엄재진 기자
도청 신도시 내에 있던 풍산류씨 하회마을 입향 선조인 류홍 선생의 묘가 300여 명의 후손이 참석한 가운데 555년 만에 옛 방식대로 이장됐다. 엄재진 기자

풍산류씨 하회마을 입향 선조인 류홍 선생의 묘가 555년 만에 옛 방식대로 이장됐다.

(사)안동하회마을보존회와 풍산류씨문물보존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의 공동체 문화와 대를 잇는 전통문화 계승을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통방식으로 선조 묘 이장을 재현했다.

풍산류씨 후손들은 11일 도청 신도시 부지에 포함된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막곡 선영에 모셔져 있던 하회마을 입향조 류종혜 선생의 아들인 8세조 충의교위좌군사정공 류홍 선생의 묘를 하회마을 화산으로 이장했다.

양진당'충효당'귀촌종가 종손 등 전국에서 300여 명의 후손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산신제에 이어 '파묘(破墓)요!~'라는 소리와 함께 중장비가 동원돼 조심스럽게 묘를 헤쳐나갔다.

류홍 선생은 조선 초기인 1459년에 숨을 거둔 뒤 이곳에 매장됐다가 묘가 경북도청 이전지에 포함되면서 3년간에 걸친 후손들의 논의 끝에 555년 만에 이장, 하회마을 앞 화산 자락 아버지 묘소 바로 아래에 새 터를 잡아 묻혔다.

이날 이장은 산신제와 파묘에 이어 발인, 운구(꽃상여), 이장 하관, 참파(斬破), 이장 고유제 등 옛 법식대로 진행됐으며 후손들은 꽃상여를 메고 새 장지까지 3㎞를 옮기면서 조상의 음덕에 감사했다.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은 "자손으로서 묘를 옮기는 게 엄청난 불효입니다. 하지만 조상의 혼령이 골육(骨肉)을 계승한 후손과 소통한다는 생각에서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여러 조상을 함께 모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장된 류홍 선생은 어릴 적 한양에서 살았으나 유명한 점쟁이가 벼슬길에 나가면 명을 재촉한다는 말에 따라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농사를 지으며 마을 큰 고개 밖에 정자를 지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어 후손들이 하회마을에 터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류왕근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은 "옛 방식의 이장에 담긴 미풍양속의 실천이야말로 세계유산 하회마을의 세계 유산적 가치를 후손들이 이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장의 의미를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