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달린다] 달린다는 것

입력 2014-04-10 14:01:31

체중 줄고 스트레스 훌훌…달리면 몸'마음 생글

운동하면 즐겁다. 그래서 빠지게 되고 몰입하게 된다. 하루라도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좀이 쑤셔 안절부절못한다. '운동 중독'이다. 그 가운데 단연 달리기가 으뜸이다. 달리기하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삶이 힘들거나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면 당장 가까이 있는 운동장 한 바퀴 달려보면 어떨까. 복잡한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달려 보자.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위로받을 수 있다.

◆달리면 몸과 마음이 살아나

4일 오전 6시 대구시민운동장. 지난밤 비가 내려 날씨가 다소 쌀쌀했지만 운동장 트랙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걷는 사람도 있지만 달리는 사람이 많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헉헉대는 사람, 운동복이 흠뻑 젖은 사람도 눈에 띈다. 그러나 표정은 환하다. 북구생활체육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강달리기 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다.

홍청헌(48) 씨는 뱃살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니 몸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86㎏ 체구의 홍 씨가 달리면 배가 출렁거릴 정도였다. "처음엔 별 변화가 없었는데, 4개월을 꾸준히 달리니 처진 배가 올라오고 몸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8개월 만에 13㎏을 뺐어요. 대박입니다." 달리기에 별 지식이 없었던 홍 씨는 강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선생님께서 제 몸 상태에 따라 지도를 해줬어요. 이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리기 교실에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0년 됐다는 이소순(63) 씨는 "뛰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30년 운전을 했는데 무릎이 좋지 않았어요. 처음엔 걷기도 어려웠는데 이젠 제비처럼 달린다"며 "이젠 아침에 달리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달리세요, 그러면 건강해집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종호(55) 씨는 "뛸 때와 뛰고 난 뒤의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아요. 물론 뛸 때는 힘들죠. 하지만 뛰고 난 이후의 기분은 최고"라고 했으며, 석은혜(57) 씨 역시 "시작하기 전에는 체지방도 많았고 잠자던 중 다리에 쥐가 자주 났어요. 하지만 지금은 체지방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혈액순환이 좋아져 밤에 숙면을 취하고 있어요." 국민생활체육 대구시 육상연합회 정복희 회장은 "준비 없이 무작정 달리면 몸에 무리가 와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황홀한 쾌감, 이 맛에 달린다

개인 사업을 하는 이경철(45) 씨. 그의 외모는 얼핏 보면 3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렸으며 혈변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85㎏이나 되는 체구 덕분(?)에 중후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견디다 못한 그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그의 얼굴은 젊어졌다. 몸무게는 68㎏까지 내려갔다. 몸을 만든 그는 본격적으로 달리기에 나서 하프나 풀코스를 1년에 예닐곱 번은 뛰고 있다. 이 씨는 "달리기를 시작한 뒤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어요. 몸이 건강하니 일이 즐겁고 사업도 술술 풀렸어요" 라고 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란 용어가 있다. 달리기할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이나 도취감을 말한다. 일종의 무아지경 내지는 황홀경 같은 것이다. 러너스 하이 맛을 한 번 본 사람은 또다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한다.

전국의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에 자주 참가한다는 김철주(38) 씨는 "한마디로 붕 뜨는 기분입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벅찬 환희라고나 할까요." 박성주(42) 씨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훈련할 때 옵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데, 5분 정도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고 했다.

러너스 하이는 편안하고 즐겁게 달려야 온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는 거의 러너스 하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러너스 하이는 어디까지나 달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부분일 뿐이다. 자칫 거기에 빠져들다간 중독이 된다"며 "몸에 와 닿는 산들바람, 길가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천천히 즐기면서 신나게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러너스 하이가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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