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기억공작소-안창홍전'이 다음 달 25일까지 4전시실에서 열린다.
'기억공작소'는 봉산문화회관이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중견작가 프로모션이다. 그동안 정병국, 김호득, 이명미, 류재하, 김성수, 임창민, 배종헌, 이지현, 하광석, 윤영화, 박종국, 이기철, 권부문, 송광익 등의 작가들이 전시를 가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안 작가는 사회적 관계를 다룬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주로 몸을 통해 관계를 이야기한다. 특히 작품 속에서 관계는 '고통을 주는 자'와 '고통을 받는 자' 간의 몸을 통해 표출된다. 그리고 작가는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부조리한 관계를 바라보며 이를 증오하고 침 뱉기를 서슴지 않는 존재로 설정된다. 그는 2013년 이중섭 미술상의 수상소감에서 "미술이 모순과 불합리로 가득한 세상을 바꾸는 절대적 힘이 될 수는 없지만 피폐한 영혼을 일깨우고 사람들을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 역시 '관계'다. 그동안 안 작가의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작품 속 인물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많이 접했다. 하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드로잉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서로에게 향한 시선은 마치 타자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걸개그림 형태로 5m 높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남과 북'은 안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얼룩무늬 군복 상의만을 어깨에 걸친 알몸의 여자, 그리고 그녀의 배꼽 아래를 장식한 파란색 문신은 거친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약자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무언가에 맞서는 당당함을 상징한다.
반면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는 강자의 이미지로 무장되어 있다. 웃통을 벗고 얼룩무늬 군복 하의를 입고 있으며 슬리퍼를 끌고 있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제대로 된 신발을 신고 있다. 또 양팔과 배에는 크고 화려한 문신이 새겨져 있다. '남과 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대등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권력 관계가 담겨 있다. 이는 부조리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진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람객들의 태도를 환기시킨다.
'남과 북'과 일정 거리를 둔 벽면에는 '개' 그림이 걸려 있다. 방치된 듯 비쩍 마른 개는 '남과 북'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개'의 시선은 마치 '남과 북'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부조리한 관계를 직시하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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