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기 경쟁하더니…증권업계 다시 칼바람

입력 2014-04-04 10:10:23

작년 1천억원 넘는 적자, 업체수 과다·불황 겹쳐 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국내 증권업계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였다.

증시침체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데다 증권사들의 출혈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4일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는 61개 증권사들 가운데 최소한 10여개 업체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322개 국내 증권사 지점이 사라졌다.

덩치가 큰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매각시점을 즈음해 큰 폭의 업계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애플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자진청산 결정에 따른 조치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애플투자증권은 그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증권회사의 자진청산은 지난 2004년 모아증권중개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 11개 증권사가 자본잠식에 빠져 있어 애플투자증권에 이어 자진 폐업하는 회사가 또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경영난은 자초한 결과다. 경쟁업체가 늘어나자 적정수준을 밑도는 중계수수료를 약속하며 출혈경쟁을 벌였다. '수수료면제'는 한때 파격적인 고객유치 조건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증권회사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투자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고객유치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증권회사들은 자사의 고액투자자들을 지키거나 타사에 돈을 맡긴 '큰손'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상품권은 물론 현금제공까지 하고 있다.

한 증권회사의 여의도PB센터장은 "증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며 "증권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수입은 줄어들고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자 지난해 자산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직원 1인당 순이익은 금융업계에서 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3일 증권사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대 증권사의 2013회계연도 직원 1인당 순이익은 평균 421만원의 순손실(연결포괄손익계산서 기준)을 기록했다. 반면 이들 증권사의 같은 기간 직원(계약직 포함) 평균급여는 5천280만원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사들이 경합을 벌이는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의 규모마저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일 평균 코스피 주식 거래대금은 약 6조8천억원 가량이었으나 2012년에는 약 4조8천억원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3조9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1800~2000사이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거래금액이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현재 증권사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정리가 돼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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