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 헬스장에 가기 위해 자동차 문을 여는데 '아차' 자동차 열쇠를 집에 두고 내려왔다. 요즘 흔히 하는 실수라서, 별생각 없이 다시 올라가서 자동차 열쇠를 챙겨 헬스장에 도착했는데, 휴대폰케이스에 끼워둔 헬스장 회원카드를 찾는데 휴대폰이 없다. 어젯밤에 충전기에 꽂아두고 그냥 온 것이다. 가끔 한 가지씩 까먹기는 하지만 출근 전에 몇 가지를 한꺼번에 깜빡하고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건망증은 나이 든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은 까먹음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두뇌의 회전이 빠른 20세 전후의 학생들이 밤을 새워 공부해도 시험을 칠 때면 공부한 것을 까먹어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보면, 사람은 학습 후 10분이 지나면 학습내용을 까먹기 시작해서 한 시간 후에는 50%, 하루가 지나면 70%를,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80%를 까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데이트 약속을 절대로 까먹지 않는다고 해서 건망증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경험하는 힘들고 어려운 기억을 모두 생생하게 간직한다면 그것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거나, 성격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들에서 나쁜 기억이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망각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해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콤플렉스'라고 표현될 수도 있겠고, '한'(恨)이나 '화병'(火病)으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모두 망각되면 좋을 기억들이 잊히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적당한 건망증은 오히려 고마운 일인 듯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 증세가 심해지니 마냥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건망증을 줄이는 대책들 중에서, 스마트폰의 일정관리 프로그램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된다. 입력해 두기만 하면 때맞춰 일정을 알려주니 개인 비서처럼 항상 든든하다.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도 효과적이다. 메모 습관의 좋은 점은 '망각의 즐거움'을 누리다가도 필요할 때 다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 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건망증으로 휴대폰이나 수첩을 잃어버리게 되니 어쩌랴! 망각으로 인한 사소한 실수를 모두 피할 수는 없겠다.
건망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음주습관이다. 잦은 알코올 섭취는 뇌 세포를 파괴하여 건망증을 심화시키므로 폭음이나 만성적인 음주는 해롭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취미활동이나 사회활동으로 삶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어이쿠, 맙소사!' 오늘 아침 수영 후 탈수기에 넣어둔 수영복을 또 깜빡하고 그냥 두고 왔다. 어쩌나….
정재호(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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