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코코아…천연 분말 뿌려 지문 채취 '10초'

입력 2014-04-01 10:24:15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개발

31일 김기정(왼쪽)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이 천연성분으로 만든 시약으로 감식한 지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31일 김기정(왼쪽)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이 천연성분으로 만든 시약으로 감식한 지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범죄 현장의 지문은 수사의 방향과 용의자를 특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문 채취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채취하더라도 범인으로 단정 지을 만큼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현재 경찰이 지문감식에 사용하는 '린히드린'(액체), '흑색 분말' 등은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약품이어서 감식 경찰관들의 건강도 위협했다.

이 고민은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찰관들에 의해 해결됐다. 1년여 동안의 연구 끝에 지문을 선명하게 채취하고 경찰관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지문 채취용 분말을 개발한 것이다.

대구경찰청은 31일 딸기와 산수유, 코코아, 녹차, 오징어 먹물, 단호박, 데코파이트 등 7가지 천연물질을 이용, 먹어도 몸에 해가 되지 않고, 기존 시약보다 지문을 뜨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인 지문 채취용 분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천연성분을 이용해 만든 이 지문채취 분말은 20분가량 걸리던 기존 감식 소요 시간을 5~10초로 크게 줄였고, 가격도 10분의 1로 낮췄다.

이 천연 지문 분말은 대구경찰청과 경찰청의 시연을 거쳤고, 곧 전국 경찰, 나아가 군'검찰'해경 등에도 보급될 예정이다. 일부는 특허출원 중이고, 나머지도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이름으로 특허출원할 계획이다.

개발은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봄이면 기승을 부리는 송홧가루가 자동차 등에 쌓였을 때 주변에 지문이 선명하게 남는 것을 보고 이를 범죄 수사에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김기정 과학수사계장은 "먹어도 이상이 없는 천연 분말가루가 개발돼 범죄현장에서 감식 시약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종전 시약은 화학물질 또는 합성물질로 만들어져 눈이나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두통까지 유발하는 등 감식 경찰관의 건강을 해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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