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들락날락 울 아이 깜박깜박 울 엄마

입력 2014-04-01 07:41:23

공부하러 방에 들어간 아이는 5분도 안 되어 밖으로 나와 물 마시고 또 나와 화장실 가고 들락날락거린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기척이 들리면 나와서 무슨 일이 있는지 기웃기웃한다. 정작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데 부모가 속이 탄다. 머리는 좋은데 아이의 집중력이 영 부족한 것 같다. 엄마가 속이 타는 일은 또 있다. 시장 보러 나왔는데 가스는 껐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커피에 방금 설탕을 넣고도 또 넣질 않나, 고춧가루를 넣어야 할 때 설탕을 팍팍 뿌리지 않나, 마트에서 받은 영수증을 버려야 하는데 돈을 버리고 영수증은 손에 그대로 쥐고 있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고 이같이 엉뚱한 실수를 범해 은근히 걱정된다. 이래저래 엄마 속을 태우는 문제는 '주의력'이다.

'주의력' 하면 '산만'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그런지 사람들은 '주의력'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집중력'이란 단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주의력'은 '집중력'을 포괄하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떻게 들리는지 어떻게 느껴지는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에 기록한다. 그런데 '주의력'이 좋으면 더 많은 정보를 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책상 앞에 진득하니 앉아 있는다고 해서 책 속의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주의력'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의력'은 주변의 정보에 눈을 돌리고 선택하고 관련 없는 정보를 억제하며 조절, 할당하는 역할까지도 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에 무작정 앉아 있는 능력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발휘할 수 있는 '주의력 실행 능력'이다.

그런데 울 엄마는 왜 그럴까? 새로운 일을 할 때,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또는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때는 많은 '주의력'이 요구된다. 어려운 일도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주의력'이 처음만큼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된다. 행동이 이렇게 자동화되면 현재 하고 있는 행위에 주의를 충분히 주지 않아도 불쑥 나오게 된다. 가스를 껐는지 '주의력 시스템'이 충분히 발화하지 않아 뇌 속에 기억되지 않고, 필요없는 영수증을 돈 대신 주머니에 넣게 되는 것이다. '주의력'을 의식의 세계로 끌어올려라!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의식하는 훈련을 하면 이런 실수는 줄어든다.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 때는 학습을 위해 '주의력'이 요구되고 익숙해지고 나서는 행동이 자동화되어 '주의력'이 적절히 개입되지 않으니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주의력'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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