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사를 쓰는 것만큼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 있다. 바로 '사진속 다른 곳' 당첨자 선정이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매주 100장 가까운 엽서가 책상에 쌓인다. 특집부로 발령이 난 뒤 처음엔 엽서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에 감동해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보고 추억에 젖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당첨자를 뽑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엽서를 보내는 독자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이렇다. 첫째, '튀어야 산다형'이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사진속 다른 곳와 시사상식퀴즈에 동시 응모하는 독자 한 분이 있다. 형광펜으로 엽서 모서리를 색칠한 뒤 마구 구겨서 보내는 파격적인 스타일의 '열성 독자님'이시다. 매주 다른 이름으로 엽서를 보내지만, 글씨체와 주소지가 항상 같다는 점으로 미뤄 '동일 독자'로 결론을 내렸다.
둘째 '감성 호소형'이다. 몇 달 전에 교도소에서 편지 한 통이 왔다. 외로운 곳이지만 그곳에서 주간매일을 보며 힘을 얻고 있다고, 사진속 다른 곳 문제를 풀었으니 당첨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몇 문장에 마음이 녹았다. 고독한 독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 주의 당첨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떤 독자는 '여태까지 가족사진 한 장 없이 살았다.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며 가족사진 촬영권을 암시하고, 어떤 독자는 '아픈 아내와 함께 온천에 가면 아내가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애절한 사연으로 기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자, 어떻게 하면 당첨될 수 있을까. 수많은 엽서 속에서 내가 보낸 엽서가 추첨자의 눈에 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도'는 아닐지라도 '지름길'정도는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엽서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팁을 몇 가지 알려주겠다. 지금은 '새 주소 시대'다. 주간매일 지면에도 당첨자 주소가 새 주소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눈치 빠른 독자들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왕이면 옛 지번 주소보다 새 주소를 적은 독자를 선호한다.
정확한 연락처를 적으면 당첨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 주간매일의 상품은 모두 등기로 발송된다. 집배원과 소통할 수 있는 연락처가 있으면 상품이 안전하게 빨리 배송되며, 상품 발송이 늦어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주간매일 제작팀이 연락할 수 있다. 또 악필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어떤 엽서에 적힌 주소를 보면 이게 ㅇ인지, ㅁ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그러면 자연스레 기회는 다른 독자에게 넘어간다.
시사상식퀴즈 담당자인 이 모 기자와 내가 절대 고수하는 공통된 '원칙'이 있다. 바로 정답을 맞히는 것이다.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하는 사진속 다른 곳도 슬프게도 오답자가 나온다. 뭐든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새 주소를 쓰고, 예쁘게 글씨를 적고, 애절한 사연으로 기자의 마음을 울려놓고, 정답을 틀려 당첨자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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