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조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연희(27) 씨는 4월 중순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서민준(33) 씨와 결혼한다. 김 씨는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조건이 '여가 시간'이었다고 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경제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집안일을 분담해야 하니까 정시 퇴근이 가능한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 씨는 상대의 직업을 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며 "그렇지만 아내가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서 씨는 "이런 사고는 나만이 아닌 대부분 남자들의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출퇴근으로 가사일은 반씩 부담하고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즐거움과 행복은 두 배가 될 것이란 게 김·서 예비부부의 생각이다.
◆일등 신랑·신부의 조건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라는 공식이 변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선호하는 배우자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대구지사 박지윤 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여성들은 배우자가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성들도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의존도가 낮아진 반면 남편이 일찍 퇴근해 집안일을 나눌 수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또 삶이 '얼마만큼 풍요로운가'라는 수치보다는 '어떻게 풍요로운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같이 일하고 함께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따진다는 뜻이다.
반면 남자들은 예전에는 여성의 외모나 나이를 따졌다면 요즘은 여성의 집안이나 직업을 따지는 편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함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전문직 남성의 경우 여자의 집안을, 일반 회사원인 경우 여성의 직장을 본다"고 말했다. 남성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 직업 1위가 '교사'인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되고 있다.
배우자 선택 시 고려사항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업이나 경제력을 중요하게 인식했다면 요즘은 남녀 모두 성격을 1순위로 꼽았다. 그다음으로 외모와 경제력,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선호도가 낮아진 것도 하나의 추세다. 결혼정보업체 가연 홍보팀 김유진 대리는 "최근에는 2, 3년 전보다 전문직을 선호하는 여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아무래도 변호사, 의사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도 있어 오히려 공기업이나 대기업 종사자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결혼관이 약해지는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맞벌이에 대한 인식이다. 박지윤 센터장은 "결혼하는 커플의 80%가 맞벌이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가사분담은 부부가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결혼인식조사에서도 맞벌이 시 가사분담에 대해 '부부가 똑같이 분담한다'(남 62.8%, 여 70.8%)는 의견이 남녀 모두 가장 많았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당사자의 생각이 존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진 대리는 "예전에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집안 어른들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했다면 이제는 어른들의 영향보다는 결혼하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강해졌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혼수나 집을 마련할 때에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김 대리는 "예물이나 예단이 축소되고 차라리 집값에 여자가 돈을 보태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전세값이 올라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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