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장비 복장은 필요없어, 즐겁게 달리는 거야…『자전거, 그냥 즐겨라』

입력 2014-03-22 07:43:27

자전거, 그냥 즐겨라/그랜트 피터슨 지음/이경배 옮김/월드원 펴냄.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전거와 관련한 다양한 장비가 등장하고, 고가의 자전거도 무척 많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면서도 전문 레이서와 동일한 유니폼, 동일한 신발, 동일한 자전거를 갖춘 사람들도 많다. 동호인 중 누군가가 더 나은 자전거를 구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과 비슷한 자전거를 구입하는 동호인도 생겨난다.

취미와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면서도 라이딩이라면 '훈련라이딩'을 생각하고, 장비나 복장 역시 시간단축에 초점을 맞춘 최고사양을 고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타기는 여가활동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 중에는 고가의 장비와 요란한 복장에 주눅이 들어 자전거타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 그냥 즐겨라'는 자전거와 관련장비, 자전거 타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두루 지적하고, 아마추어 라이딩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내한다.

지은이 그랜트 피터슨은 1970년 4월 이후 매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1975년부터 1984년까지는 자전거 소매업을 하면서 레이싱 경기에 참가했고, 1976년에는 전미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나간 적도 있다. 1984년 12월 일본의 가장 큰 자전거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사이클에 입사해 1994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리벤델 바이시클 웍스를 설립했다. 자전거 전문가인 지은이는 지난 40여 년간 자전거 마니아와 고객들로부터 들은 불평불만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아마추어들이 전문 레이서처럼 배워야 할 것은 좋은 자세와 위험한 순간에 대처하는 요령, 자전거를 대하는 자세, 간단한 유지관리 요령 정도라고 말한다. 자주, 많이 타는 것보다 좋은 자세로 타는 것이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위험에 대처하는 전문가의 요령을 알아야 사고를 피하거나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복장, 장비, 자전거 무게나 액세서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컨대 프로 레이서들이 사용하는 클립리스 페달(클릿페달)과 클릿신발은 전혀 불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클릿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일반 신발은 밑창이 푹신하고 유연해 동력손실이 발생하지만 클릿신발은 동력손실이 없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클릿페달이 유용한 사람은 오직 레이서뿐이며 이마저도 페달이 매우 작아 미끄러운 경우뿐이다. 따라서 매우 작고 미끄러운 페달이 아니라면 굳이 클릿페달이나 클릿신발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지은이는 "쓸데없는 형식에 갇히지 말고 자전거를 타는 날의 기분, 날씨, 복장에 따라 다양한 신발을 맞춰 신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또 "본격적인 라이딩에 반드시 전용의류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전거전용 의류가 의식의 도구나 패션은 될 수 있어도 기능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레이서에 참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옷은 헐거울수록 좋다. 헐거워야 통풍이 잘 되고 피부에 착 달라붙지도 않는다. 특히 몸에 착 달라붙으며 패딩처리까지 돼 있는 옷은 장거리 선수에게나 필요하며, 아마추어들은 쓸 만한 안장, 솔기가 매끄러운 반바지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헐거우면서 긴 바지는 밑단이 크랭크나 체인에 걸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묶어주어야 한다.

책은 아마추어 라이딩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프로레이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속도 경쟁, 헛된 망상,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라는 것이다. 또 블로그에 올라오는 칭찬 댓글에 들떠 무리한 모험을 할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면서도 몸에는 맞지 않는 자전거를 탈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라이딩을 하는 대신 유용하고 편리한 장난감을 갖고 재미있게 노는 정도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책은 총 8장으로 라이딩, 자전거 의류, 안전사항, 자전거와 건강, 액세서리, 자전거의 유지관리, 자전거 부품별 기술정보, 자전거 철학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자전거를 재미있게 타는 8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319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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