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氏♥봉화君처럼…경계 넘은 '지역 공존' 주민 삶의 질 높인다

입력 2014-03-21 07:29:12

'행복생활권 사업' 상생 짝짓기 힘받은 경북 지자체

# 상주시와 문경시는 산불진화헬기 1대를 공동으로 쓰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17년째 공동으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경우 봄철 114일, 가을'겨울철 71일 등 모두 185일 동안 빌리는 데 모두 9억2천315만원이 들어간다. 면적이 더 넓은 상주시가 5억7천591만원, 문경시는 이보다 적은 3억4천723만원을 각각 댄다. 울타리를 맞대고 있는 '이웃사촌' 상주와 문경은 자존심을 버리고 '담을 허문 협력'을 통해 17년 동안 각각 수십억원을 아낀 것이다.

# 문경시 동로면 마광리에 있는 경천댐. 1986년 준공된 이 댐은 문경에 있지만 물은 문경과 예천이 나눠 쓴다. 문경 1천241㏊, 예천 2천159㏊의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문경 1천308만t, 예천 2천275t 등 모두 3천583만t의 농업용수가 문경과 예천으로 나눠 공급됐다. 두 지역은 이웃사촌끼리 사이좋게 물을 나눠쓰면서 자연스레 담장을 허물고 있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만들어보자는 '행복생활권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지역균형발전 사업의 핵심이기도 한 행복생활권사업은 기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그려진 경계를 허무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정부의 이기심을 버리고 경계를 넘어 주민들의 행복만을 바라보며 지방정부 간 공동사업을 펴보자는 것이다. 이웃 간 머리를 맞대 좋은 사업을 만들어오면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중앙정부는 밝히고 있다.

◆왜 행복생활권인가?

지방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농어촌뿐만 아니라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인구감소 등 쇠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침체의 근본 원인은 경제적 활력 부족이다. 경제적 기반이 부족하다 보니 일자리가 없고, 결국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거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반성도 행복생활권이라는 새로운 정책 수립 수요로 이어졌다. 중앙정부 관료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5+2 경제권 사업' 등을 만들어 해봤더니 실질적으로 지방의 형편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반성이다. 무엇보다 주민들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기존 시군구의 경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복지서비스 등에서 주민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생활공간 확보'가 급선무라고 보고 이를 '지역 행복생활권'으로 묶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개 정도 시군으로 구성되며 이 같은 영역이 확보되어야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행복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행복한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져 시행된다면 저절로 이곳으로 사람이 몰려들어, 새로운 지역 발전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영주 씨(氏)'와 '봉화 군(君)'

영주시와 봉화군. 경북도가 만든 행복생활권 사업에 '짝꿍'으로 결정된 지역이다. 두 지역은 내성천을 공유하며 봉화에서 영주로 가는 통학수요도 많다. 동일생활권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때문에 두 지역은 새로운 '행복생활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영주시'봉화군은 물론 경북도의 정책 판단이다.

두 지역의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영주 씨(氏)'와 '봉화 군(君)'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경북도 내 대표적 도농연계 생활권 사례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두 지역의 행복생활권 사업을 보면 두 지역은 우선 화장시설을 공동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영주화장장은 40년 이상 됐다. 두 시군의 경계지역에 새 화장시설(하늘공원)을 공동조성, 두 지역 지역민들이 똑같은 이용료를 내고 쓴다.

실제 전국적으로 이웃한 지자체끼리 화장시설 이용료를 두고 다툼이 많다. 지자체 간 문턱만 넘어오면 훨씬 비싼 이용료를 받는 탓이다.

두 지역은 영주 7곳, 봉화 13곳에 이르는 철도 역사를 스토리텔링화 작업을 통해 공동개발하고, 신생아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두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공동운영할 예정이다.

두 지역을 아우르는 '행복생활권'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20만 명 이상의 상주인구가 자리한 새로운 도시가 나올 것으로 두 지역은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영주 11만3천 명, 봉화 3만4천 명으로 두 지역을 합쳐도 15만 명이 되지 않는다. 행복생활권을 통해 면적 1천870㎢의 '대규모 지역'이 새롭게 탄생한다는 희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경북도 내에서는 대구와 대구권 주변 시군을 묶는 '대구 중추도시권' 등 중추도시 생활권 4개, 영주'봉화 등을 연계시키는 도농연계 생활권 3개, 농어촌 생활권 3개 등의 행복생활권 그림이 그려졌다. 경북도는 내년부터 국비를 확보하고 지방비를 준비해 사업들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광역지자체 경계도 넘는다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이 '삼도봉권'이란 이름으로 짝짓기를 한다. 이 지역은 이미 1989년부터 삼도 교류행사를 하고 있고 2009년엔 삼도 공동발전협약까지 맺었다. 삼도봉 지역은 '삼도봉 호두'를 공동브랜드로 개발하는 한편, 삼도봉 권역 난시청 해소 사업도 공동으로 펴나갈 예정이다. 또 삼도봉 만남의 날 행사를 확대, 삼도봉 화합 대축제도 열 방침이다.

영주시와 단양군, 영월군을 묶는 사업도 펼쳐진다. '소백산권 농어촌생활권'이라 이름 붙여진 이 생활권은 영주와 단양을 잇는 마구령 터널이 조만간 뚫릴 경우, 더욱 교류가 많아질 곳이다.

소백산권 농어촌생활권은 소백산 3도 접경 하수도 설치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3도(道), 3색(色) 융복합 역사체험단지' 조성, 3도 접경 농특산물 및 관광상품에 대한 공동마케팅 사업도 펼 예정이다.

김관용 경북도 지사는 "행복생활권은 중앙정부가 돕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역이 스스로 혁신해나간다는 뜻이 강한 정책"이라며 "울타리를 넘고, 경계를 벗어나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지역발전모델을 만들어나간다면 지방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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