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금융 사건마다 몸통 되다시피 한 금융감독원

입력 2014-03-19 11:02:14

KT 협력업체 사기 대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KT ENS 협력업체 대표인 전 모 씨 등이 가짜 서류로 무려 1조 8천억 원대의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호화 별장을 짓는 등 사기를 친 사건이다. 대출 사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16개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었다.

전 씨 등은 몇 년 전 휴대전화 액세서리 업체를 설립한 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3천100억 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이 세상에 알려지자 여론 반응은 한마디로 '어떻게?'였다. 일개 통신회사의 협력업체 대표가 무슨 수로 서류 위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조(兆) 단위의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나 의아해했다. 수사 당국도 대출 규모와 수법에서 볼 때 전 씨 단독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KT나 금융 감독 기관 등에 뒤를 봐준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왔다.

의문은 곧 풀렸다. '금감원 간부가 연루됐다'는 금융권에 나도는 소문을 토대로 금감원이 자체 감찰한 결과, 금감원의 김 모 팀장이 사기 대출 사건의 주범인 전 씨 등과 유착돼 조사 정보 등을 빼내 범죄자의 해외 도피를 돕는가 하면 수억 원대의 이권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뒤늦게 김 팀장의 비위 사실을 확인해 직위 해제하고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거의 판박이다. 당시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고객 예금을 마치 개인 금고처럼 흥청망청하며 큰 손실을 입혔는데도 감독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큰 사회문제가 되면서 들춰보니 전'현직 금감원 직원의 낙하산 인사와 방조 등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형 금융 사건 배후에 공직자가 있다'는 공식이 입증됐다. 문제는 이 정도의 거액 사기 대출이라면 혼자서 비호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사 당국도 뒤를 봐준 비호 세력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등 윗선의 연루자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이상 '짬짜미 금융 사기'로 인해 우리 사회가 멍드는 일이 없도록 썩은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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