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 '숲속 헬스장' 설치·관리 장기식 씨

입력 2014-03-19 07:24:24

"앞산 찾는 시민들에게 건강 선물 큰 보람"

"대구 앞산을 찾는 시민들이 헬스기구에 올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즐거워요. 시민들이 건강해지고 더 나아가 대구가 건강해지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앞산 큰골 케이블카 승강장 옆에 자리 잡은 '숲속 헬스장'. 남녀 어르신 30여 명이 헬스기구에 올라 팔과 다리, 몸 운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시원한 산 바람에 물소리, 새소리까지 들려 이용객의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진다. 자전거를 밟는 어르신도 있고, 트레이닝 기구에 올라 팔로 줄을 당기는 어르신도 있다. 한 할머니는 회전기구로 몸을 기꾸로 해 하늘을 보며 '휴~'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늦게 헬스장에 도착한 시민은 아령으로 팔 근력을 키우고 있다.

30년 동안 앞산에서 숲속 헬스장을 설치해 무료로 운영하는 시민이 있다. 시민 건강 지킴이 장기식(73) 씨. '장대장' '장교장' 별칭을 가진 그는 40종이 넘는 헬스기구를 갖추고 시민 누구나 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흔들이, 자전거, 거꾸리, 역도, 아령, 훌라후프 등 웬만한 운동기구를 다 갖췄다. 헬스장 규모는 작지만 숲 속에 헬스장이 있는 게 이채롭다. 헬스기구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기증받거나 미군부대에서 버려지는 기구를 수리해 활용하고 있다. 숲 속 야외에 헬스기구를 설치한 것은 자신이 최초라는 자랑도 했다.

"숲속 헬스장은 대구시민들이 이용하니 시민의 것입니다. 기구를 기증자로부터 받아 국가 땅인 공원에 설치해놓았으니 굳이 주인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죠."

대구 교동시장에서 옷가게를 40여 년 해온 그는 시민들에게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1980년대 초반 숲 속 헬스장을 만들었다. 처음은 큰골 입구 팔각정 쪽에서 헬스기구 몇 개만 갖추고 시작하다 20년 전부터 케이블카 승강장 옆으로 옮겨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들도 여름이면 하루 800명, 겨울에는 500명이 넘을 만큼 굉장한 인기다. 이용자는 퇴직한 공직자, 선생, 회사원이 대부분이다. 그는 매일 이곳 헬스장으로 나와 시민들이 기구 이용에 불편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처음 헬스장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운동기구 사용 방법도 가르쳐주고, 운동기구가 고장 나면 사비를 들여 부품을 사와 직접 수리까지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편안하게 운동만 하면 됩니다. 기구가 고장 나도, 도둑을 맞아도, 기구 이용자는 전혀 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그는 숲 속 헬스장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다. 시민들이 헬스기구를 이용하다 다쳐 수차례 보상문제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외환위기 당시 헬스기구를 몽땅 도둑맞았고, 매미'루사 태풍 때는 도랑이 범람해 헬스기구가 모두 유실되는 피해도 입었다. 그는 헬스장 주변 청소는 물론 앞산 숲 보호를 위해 매주 환경정화활동도 하고 있다.

"운동기구들이 노상에 설치돼 비가 오면 젖어 기구를 보호할 수 있는 지붕이라도 설치를 해주었으면 해요." (사)대한산악회 창설 멤버이기도 한 그는 남구 생활체육 이사를 지냈고 현재 앞산 체육시설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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