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낙하산 공천

입력 2014-03-18 07:39:51

정권이 바뀌고 나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낙하산 인사'가 바로 그것인데,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군 출신 인사를 정부'기관의 요직에 앉힌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누가 만든 말인지 모르겠지만, 낙하산은 사람을 하늘에서 특정 지점에 떨어뜨리는 장비이고, 당시만 해도 군대, 특히 공수부대에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었다. 얼마 전 민주당이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백서'를 만들겠다고 공세를 펼치자, 새누리당이 '노무현정부의 낙하산 백서'로 맞불을 놓으니, 백서 공방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여느 정권에서든 정권 창출에 공헌했거나 권력자 자신에게 충성한 인사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는 '필요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낙하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명분과 체면이 있어야 있다. 정치 여건과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낙하산은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요즘 새누리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성 기초단체장 전략공천'은 현 집권세력의 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론 여성 단체장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을 배려하자는 취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공약한 기초단체장'의원 공천 폐지 약속을 어긴 것도 이해 못 할 행동이지만, 중앙당이 당선 가능 지역에 여성을 낙하산으로 공천하겠다고 하니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당은 정치쇼(?)인지 알 수 없지만, 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 공약을 지키기 위해 3만 명이 탈당해 출마한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을 남발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한마디로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다.

포항에는 현재 6명의 새누리당 시장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벌이는 와중에 여성 기초단체장 공천설에 모두가 공황 상태라고 한다. 6명 중 1명이 여성 후보인데 서울시의원을 두 차례 지내고 내려온 분이다. 그녀를 만나보면 똑똑하고 현명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시장직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특정인의 전략공천은 말이 안 된다. 포항 시민과 당원의 판단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서 MB계를 정리하기 위한 의도인지, 아니면 여성 대통령을 의식한 과잉 충성의 발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집권층의 오만과 허세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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