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름)란 말로 모자란다. 이웃 국가에 남긴 상처는 아랑곳없이 제 잇속만 챙기려는 일본의 태도 말이다. 아베 정권 들어 우리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독도만 해도 이제 중'고 교과서에까지 자국 영토라고 기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베 자신이 보란 듯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민들 가슴에 돌을 던졌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한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겠다고 나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만행도 불사한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 끊임없이 한국민을 자극하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일본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진정성 없는 대화 제의를 국제사회 명분 쌓기용으로 보는 이유다.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대화에 응하지 않는 한국이 옹졸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한 꼼수처럼 읽힌다.
이번 주 서울을 찾았던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회담이 끝나자마자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되돌아간 것도 그 한 사례다. 사이키는 '조건 없는 한'일 정상회담'만 강조하고선 서둘러 귀국했다. 스스로 대화를 제의했고 대화를 마쳤으니 명분 쌓기에 성공했다는 판단을 내렸음 직하다. 한'일 관계 복원을 주문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에 대해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베 내각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기대했던 한국만 들러리를 선 꼴이 됐다.
고노 담화는 한국민들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아베 내각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며 국제사회에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아베는 물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까지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앞에서는 담화의 계승을 선전하고 뒤에서는 담화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년 전 실시된 조사를 재검증하겠다는 자체가 담화의 근거를 희석시키고 담화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수순으로 읽힌다. 이는 검증은 하되 수정은 하지 않겠다는 모순된 논리와도 연결된다.
때맞춰 일본에서는 고노 담화 유지를 요구하는 일본 학자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4일 현재 서명자가 1천300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담화의 재평가는 담화를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양심 어린 학자들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 정부가 이런 진정성을 갖춰야 대화의 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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