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60년대 미국에서 'White only'(백인 전용) 팻말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이나 식당, 호텔, 심지어 공원 음료수대에서도 'White only'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미국을 처음 방문한 한국인들로서는 여간 당혹스럽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피해 가야 했다. 피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문제를 불러왔다. 이 팻말이 붙은 식당에선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슬그머니 앉아 있게 되더라도 어김없이 경찰이 찾아왔다고 한다.
어쩌다 버스를 탈라치면 'For colours'(유색인종용) 신드롬에 시달려야 했다. 앞자리는 'White only'였고, 뒷자리는 'For colours'였다. 한국인들로서는 백인 칸에 앉기도 찜찜하고, 그렇다고 흑인 속에 비집고 앉자니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White only'나 'For colours'는 요즘 아련한 추억이 됐다. 물론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명시적인 인종차별은 사라졌다. 요즘 이런 팻말을 내걸었다간 증오 범죄로 처벌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미국인들 스스로 이런 행위를 부끄럽게 여긴다. 하물며 교통경찰에 적발됐을 때도 "왜 저 백인이 모는 차는 안 잡고 나만 잡느냐, 당신 인종차별주의자냐" 하는 식으로 쏘아붙이면 경찰이 쩔쩔맬 정도다.
최근 재일 교포 4세 축구선수 이충성의 경기가 열린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관람석 출입구에 'Japanese only' 현수막이 내걸렸다. 미국서 사라진 'White only'가 60년 세월을 넘어 일본서 'Japanese only'로 부활한 것이다. 이 현수막은 경기 전 이를 발견한 일부 관중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간 내내 나부꼈다고 한다.
굳이 이번 현수막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지금 증오 범죄의 천국이다. 혐한 시위대가 정기적으로 도쿄 시내를 누비며 온갖 헤이트 스피치(인종차별적 발언)를 쏟아내도 되는 곳이 일본이다. 서점에서는 입에 담기 부끄러운 혐한 서적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일본은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에 가입해 있다. 그래도 아베 정권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증오 구호 관련 법안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Japanese only'를 눈감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Japanese lonely'(외로운 일본)를 경험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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