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피해도 사상 최대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규모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경상북도와 상주시는 "상주의 대형 닭고기 가공업체인 ㈜올품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충남 당진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종란을 공급받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 업체에서 부화 중인 300만 개에 달하는 종란을 모두 폐기했다"고 14일 밝혔다.
◆상주서 종란 300만 개 폐기
상주시는 "이 업체의 계란 부화장은 당진의 AI 양성 농가로부터 지난달 25일 4천300개의 종란을 가져왔다. 역학 관련상 예방적 차원에서 업체를 설득, 인력 100여 명을 동원해 종란 300여만 개를 전량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전국 최대 규모의 부화장을 갖춘 이 업체의 손실액은 4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종란 300만 개는 시가 25억원에 달하는데다, 병아리가 없으면 최소 한 달 이상 휴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손실액도 15억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 업체가 닭고기를 공급하는 거래처가 200여 곳에 이르고, 병아리를 공급하는 사육농가도 200여 곳에 달해, 닭고기 관련 유통업체와 농가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업체에는 지역 주민 850명이 일하고 있으며, 한 달 매출이 250억원에 달한다.
◆매몰 처분 닭'오리 1천만 마리 육박
지난 1월 17일 전북 고창에서 AI가 최초 발생한 이후 두 달 가까이 감염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에서만 도내 AI 발병 역사상 최대인 53만여 마리의 닭'오리가 매몰 처분되는 등 전국적으로 매몰 처분된 가금류가 1천만 마리에 육박한다.
전국적으로 13일 오전 기준 매몰 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399개 농가 948만8천 마리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21개 농가의 99만7천 마리를 더 매몰 처분할 예정이다.
매몰 처분 작업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말엔 420개 농가 1천48만5천 마리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2008년(1천500개 농가 1천20만4천 마리)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매몰 처분 규모가 커진 것은 닭'오리 사육농가가 수직계열화(기업과 연계한 대규모 사육)됐기 때문. 우리나라 전체 닭 사육농가의 90%가량, 오리 사육농가의 95% 이상이 수직계열화돼 있다. 아울러 철새가 대규모로 AI에 감염된 것도 피해를 대폭 키웠다.
◆농가 피해도 사상 최대
농가 피해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 지원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매몰 처분 보상금인데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몰 처분한 가금 한 마리당 평균 1만500∼1만1천원을 보상할 계획이다.
추가 발병이 없다고 가정해도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1천120억원가량을 지출해야 하고 생계안정자금, 소득안정자금, 경영안정자금 융자액,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더하면 피해규모는 2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정부가 이동통제 조치로 출하시기를 놓친 닭'오리의 수매에 나설 경우 피해가 2008년의 3천7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농장 개에서 AI 항체 양성 반응
한편 AI가 발생한 충남 천안 풍세면 농장에서 기르던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돼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당국은 국내에서 AI가 조류에서 포유류인 개로 이종(異種) 간 감염되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로 추정하고 있다.
14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달 6일 풍세면 용정리 가금류 사육단지 내 이모 씨 농장에서 키우는 개 3마리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항원 검사를 한 결과, AI 항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3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H5형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항체 양성반응은 H5형 항원에 감염된 개에게 면역체계가 생겼다는 뜻. 방역 당국은 닭에서 개로 AI가 전염된 첫 사례로 추정되는 만큼 이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충격적이지 않다고 했다. 경북대 수의학과 이영주 교수는 "AI는 사람과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인수전염병이므로 개에 감염돼도 이례적이라 볼 수 없다"며 "개에서 항체 양성반응이 나온 사실만 두고 이 개가 AI에 전염됐다고 보는 것도 잘못됐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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