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고' 박동선 작가와 함께 알아본 웹툰 작가 '되기-성공하기'

입력 2014-03-15 07:34:48

데뷔-작품 그려 인터넷에, 끝! 수입-고료·인세 등 들쭉날쭉 소재-생활 주변에서

작업실에서 만안 네이버 웹툰
작업실에서 만안 네이버 웹툰 '혈관고'의 박동선 작가. 박 작가는 데뷔 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미술교사였지만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통해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이화섭 기자

웹툰의 발전은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웹툰 작가가 되겠다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고 인터넷 지식검색에도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요"라는 질문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 독자들,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재 네이버에 매주 토요일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혈관고)을 연재 중인 웹툰 작가 박동선(37) 씨와 함께 웹툰 작가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데뷔는 어떻게?

웹툰 작가가 되는 방법은 쉽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인터넷에 올리면 된다. 박동선 작가도 2004년 자신의 일상과 혈액형에 관한 유머를 만화로 그려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웹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때만 해도 웹툰 작가들은 따로 만화를 전공하거나 유명 만화가 밑에서 수련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부분 다른 직업이 있거나, 또는 연재할 잡지나 신문을 찾지 못해 인터넷으로 올리는 만화가 지망생인 경우가 많았다. 박 작가는 데뷔 전까지 대구의 한 고등학교 미술교사였다. 강풀 작가도 한 인터뷰에서 "연재할 곳을 수십 군데 돌았지만 결국 연재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지치지 않는 물음표'라는 타이틀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올렸다"고 했다.

지금은 포털사이트에 데뷔를 원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올리는 공간이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의 '도전만화', 다음의 '웹툰리그'다. 네이버를 예로 들면 웹툰 작가 지망생이 '도전만화'에 작품을 올리면 네이버는 독자의 별점, 덧글, 조회 수 등의 수치와 연재 중인 요일별 웹툰과 내용이 중첩되지 않는지를 판단한 후 '베스트 도전만화'에 작품을 올릴 기회를 준다. 이후 '베스트 도전만화'에서도 똑같이 인기를 얻으면 정식 연재를 할 수 있다. '내일은 웹툰'의 작가 신의철은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과정을 네이버 본사의 녹색 건물에 빗대 '녹색거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웹툰 작가는 어떻게 일주일을 보내나?

웹툰 작가의 모든 일과는 '마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박 작가는 토요일에 만화를 올리기 위해 금요일 오후 3시까지 마감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마감을 해야 하는 목, 금요일은 약속을 절대 잡지 않는다. 금요일 오후 3시에 네이버에 웹툰을 송고하면 네이버는 자정을 전후로 해서 받은 웹툰을 올린다. 마감을 어긴 경우 그 웹툰은 지정한 요일보다 1, 2일 지나서 업데이트되는데, 이때는 독자들의 눈총과 악플을 피할 수 없다.

마감을 끝내고 나면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아이디어를 준비한다. 때로는 외부에서 청탁한 만화를 이때 그려서 납품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를 다음 에피소드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한다. 작업실이 자기 집에 있는 경우에는 백수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다음 에피소드를 준비하다 보면 슬슬 그림을 그려야 하는 목요일이 돌아온다. 빨리 그리는 사람은 빨리 그려 올리지만 대부분 1, 2일을 온전히 만화 그리기에 쏟아넣는 경우가 많다. 박 작가는 "한 회를 그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9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목요일, 금요일은 절대 약속을 잡지 않고 만화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는 얼마나 버나?

웹툰이 무료이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버나 싶겠지만, 이들도 연재하는 포털사이트에서 원고료를 받는다. 원고료 책정은 업데이트 횟수와 방문자 수, 별점 등 포털사이트 내부에서 마련된 기준으로 원고료를 지급한다. 웹툰이 인기를 얻으면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 대한 인세도 짭짤한 수입원이 되며, 외부 원고 청탁도 간혹 들어오면 수입이 늘어난다. 인기 캐릭터는 상품으로 출시되기도 하는데, 전체 수입에 대한 비중은 적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수입이 고정적이지는 않다. 박 작가는 "정확한 액수는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미술교사 할 때보다 더 벌기는 한다"며 "수입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큰 욕심 안 부리며 살 만큼은 수입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연재를 계속 할 때의 이야기다. 연재가 종료되면 그나마 고정 수입원이었던 원고료가 끊기게 된다. 그때는 정말 백수가 된다. 단행본이 잘 팔리거나 외부 청탁 원고라도 많으면 어느 정도 수입은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음 연재 때까지 삶이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에서는 연재 종료 작품에 대해 유료화를 시행해 안정된 작품 활동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웹툰 작가가 장기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방안이 마련돼야 좋은 콘텐츠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웹툰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웹툰 작가들이 스토리를 얻는 방법은 웹툰 작가들의 수만큼 많다. 예를 들어 박 작가는 생활 주변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박 작가는 "연재 초반에는 실생활에서 소재를 많이 찾았고 지금은 팬과 네티즌이 보내 준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마감 때문에 집에만 있다 보니 바깥 접촉이 줄어들면서 소재 찾기도 점점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윤태호의 '미생'과 같이 호흡이 긴 스토리를 요하는 만화는 직접 작가가 현장취재를 한다. 강풀 작가는 자신의 만화를 그리기 위해 배경 취재를 다니고 찍은 사진을 작품 연재 후 에필로그에 공개하기도 했다. 윤태호 작가가 '미생'을 그리기 위해 위장취업에 가까울 정도의 취재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박 작가는 "정말 좋은 스토리와 아이템만 있으면 그림은 받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좋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그림체로 풀어내는 작가가 좋은 웹툰 작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의 마음가짐은?

데뷔가 쉬운 웹툰의 장점 때문에 요즘은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젊은 작가 지망생들이 수준 높은 그림 실력으로 웹툰 작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웹툰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웹툰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데뷔가 쉬운 만큼 많은 웹툰들 사이에서 독자의 인정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끈기다. 만화 그리기를 그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기가 너무 어렵다. 박동선 작가는 "정말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 그리고 먹고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적어도 5년 동안은 만화 그리는 데 매달려 보라"며 "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더라도 버텨낼 자신이 있다면 웹툰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를 떠나 '홀로서기'도 할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박 작가는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내용 부분에서 네이버 편집 정책 방향에 맞춰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딪힐 때도 있다"며 "포털사이트 연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웹툰 작가들이 좀 더 독립적으로 연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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