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할머니 전 재산 지킨 마을금고 여직원

입력 2014-03-14 09:52:12

안동새마을금고 임수남 과장, 경찰에 긴급 신고 피해 막아

안동경찰서(서장 김덕한)는 13일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당할 뻔한 고객의 돈을 지킨 안동새마을금고 태화지점 임수남 과장(맨 오른쪽)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했다. 안동경찰서 제공
안동경찰서(서장 김덕한)는 13일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당할 뻔한 고객의 돈을 지킨 안동새마을금고 태화지점 임수남 과장(맨 오른쪽)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했다. 안동경찰서 제공

"내 통장에 있는 2천700만원, 빨리 좀 찾아 주세요."

이달 10일 오전 안동시 태화동 안동새마을금고 태화지점. A(71'여) 씨가 급히 달려 들어왔다. A씨는 창구 직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통장을 내밀며 "2천700만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임수남(35'여) 과장은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돈을 찾으려는 A씨의 행동이 이상해 보였다. 임 과장은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고객의 돈을 지킨 경험이 있었다. 임 과장은 A씨에게 다가가 "사기전화이니까 안심하라"고 했지만 A씨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다 들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A씨는 종이에 "아들이 잡혀 있고 아들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적었다.

금고 직원들은 A씨에게 "돈을 처리할 테니 걱정 마라"고 안심시켰고, 그 사이 임 과장은 금고 밖으로 나가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임 과장은 보이스피싱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혹시 실제로 범죄가 벌어졌을 수도 있기에 일단 빠른 신고가 최우선이라 판단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아들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건 뒤 A씨와 통화시켰다. 그제야 A씨는 한숨을 돌렸다. A씨는 다급한 나머지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볼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전화를 걸어온 남성은 A씨에게 "아들이 보증을 서고 갚지 않아 데리고 있다. 2천7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의 콩팥을 꺼내겠다"며 한 남성의 비명을 들려주며 협박을 했다. 경찰은 전화기록을 토대로 이 남성을 찾고 있다.

사건 이틀 후인 이달 12일, A씨는 딸기를 한 아름 사서 금고를 방문했다. A씨는 직원들에게 딸기를 건네며 "당시에는 아들이 위급하다는 소리만 듣고 정신이 없었다. 새마을금고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직원들을 상대로 각종 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을 항상 한다"며 "고객의 돈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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