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추위와 물질

입력 2014-03-13 14:22:28

바다 수온 육지와 달라…계절따른 잠수복 입어야

인간이 물속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압력'과 '추위'다. 물은 공기에 비해 열전도가 약 25배 정도 더 빠르다. 열을 그만큼 더 빨리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질을 하려면 잠수복이 필요한데, 수온과 계절, 물질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잠수복이 있다.

잠수복을 입는 것은 일차적으로 보온에 있지만 몸의 상해를 막아주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수온이 높은 계절이나 열대바다에서도 반바지, 반팔 차림의 잠수복보다 얇은 원단이라도 긴팔, 긴 바지 형태의 잠수복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은 육지와 달리 여름과 겨울이 정반대다. 가을에 자라기 시작해 겨울에 창궐하고 봄이 되면 녹아서 없어진다. 수온도 약간 특이한 면이 있다. 여름에 수온이 제일 높을 것 같지만 물질하는 수심대에서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수온 변화가 늦게 나타난다. 여름보다 가을이 수온이 높고, 겨울보다 봄철에 수온이 더 낮게 나타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봄철 바다는 수온이 낮다. 동해와 남해, 서해의 위치적인 변화도 있고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동해안의 경우 한여름에도 수심 30m대에서 4℃의 냉수대를 만날 수도 있다. 이 정도 수온에서는 일반적인 잠수복으로는 견디기 힘들다.

잠수복은 크게 건식과 습식 잠수복으로 나눌 수 있다. 건식은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동계용이고, 습식은 일반적인 잠수복으로 생각하면 된다. 디자인과 재질의 두께 또한 다양하다. 물질을 하기에는 습식 잠수복이 편하나 겨울이나 봄철에는 추위 때문에 건식 잠수복을 입는다. 초보자의 경우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잠수복 속의 공기를 관리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 중요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날씨는 춥고 습식 잠수복을 입고 물속에서 소변을 보던 습관 때문에 실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잠수복을 벗으면 옷이 소변에 젖어 발에서 황금색 물이 뚝뚝 떨어지게 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찬 물속에서 물질하기 위해서는 건식잠수복(드라이슈트)이나 세미드라이슈트를 입는 것 외에도 머리를 잘 보온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보다 대머리 남자가 더 춥다'는 말이 있다. 인체 발열의 절반 정도가 머리를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질 중 춥다는 것은 단지 고통스럽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 각별히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타이타닉호 침몰 같은 상황에 봉착해 찬 바다 물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구명복만 입고 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요즘 선박에는 이머젼슈트라는 게 있다. 원리는 건식 잠수복과 같다. 물이 들어오지 않는 구명복이다. 그걸 찾아 입고 찬 물에 뛰어들어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건식 잠수복도 다양한 재질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습식 잠수복과 같은 네오프렌이라는 재질을 사용한다. 원단 자체 내에 수많은 공기층을 가지고 있어 보온도 되고 사람을 뜨게 한다.

물질할 때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잠수복을 입어야 한다. 또 잠수복의 강력한 부력 때문에 무거운 납벨트도 차야 한다. 탈진하거나 비상시에 이 납벨트를 벗어버리면 둥둥 뜨게 되는 좋은 점도 있다. 추운 날 차가운 물속에 왜 들어가느냐고 묻는다면 추운 날 스키장에 왜 가고, 설산에 왜 가는지를 묻는 것과 같다. 겨울 산이 그런 것처럼 겨울바다도 많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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