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다고 외면하면 "앙~돼요"…기혼 여배우 안방극장 점령

입력 2014-03-13 07:05:37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한때 여배우에게 결혼은 무덤이었다. 하지만 "결혼하면 한물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품절녀'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외모와 물오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유부녀 전성시대를 이끄는 선두주자는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른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1999년 드라마 '해피투게더'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지만 도도하면서도 속정 깊은 천송이 캐릭터로 1990년대 전성기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다. 전지현이 입은 옷이나 화장품 등은 완판을 거듭하며 신드롬 열풍을 몰고 왔다.

전지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유부녀 스타는 김희선이다. 2007년 결혼한 김희선은 지난달 22일 첫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노크했다. 김희선은 이번 작품에서 굴곡진 배역을 맡아 연기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김희선은 첫 방송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살기 위해 돈을 받아내는 대부업체 직원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지난해 이병헌과 결혼한 이민정은 MBC 새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로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미스코리아' 후속으로 지난달 27일 첫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나타난 전 남편(주상욱)을 다시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이민정)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이민정의 태도는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연한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으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9월 동료 배우 지성과 결혼한 이보영 역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역을 맡았다. 지난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SBS 연기 대상을 수상한 이보영은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하는데다 액션 장면도 많아 조금 걱정이 되지만 연기 폭을 넓힐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2010년 결혼한 한지혜도 KBS2 새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서 한영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한 한혜진은 지난달 말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꽃누나' 김희애는 17일 첫 방송되는 종편 JTBC '밀회'를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해 19세 연하의 유아인과 파격적인 멜로를 펼칠 예정이고 배우 박주미는 이달 29일 전파를 타는 SBS '강구 이야기'에서 연하남 이동욱과 로맨스를 그린다.

유부녀 스타들이 드라마 중심으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여배우 중 스타성과 안정된 연기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유부녀 스타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과 함께 더욱 풍성해진 감성과 표현력으로 무장한 유부녀 스타들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안방극장 앞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청 환경 변화도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상향 조정되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는 시청자는 10, 20대에서 40대 이상의 연령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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