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12월 4일 영국 런던. 겨울 초입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수은주는 비정상적으로 뚝 떨어졌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려졌고 안개가 도시를 뒤덮었다. 스모그였다. 스모그는 햇빛마저 가로막았다. 낮인데도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했고 습도가 80%를 넘는 날이 며칠째 이어졌다. 런던 시민들은 이 안개가 대재앙의 씨앗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스모그 발생 3일째 되던 날부터 런던 시민들은 아프기 시작했다. 주로 노인들이 호흡기 및 심장 질환을 앓기 시작하다가 죽어갔다. 스모그는 12월 10일까지 이어진 뒤 걷혔지만, 처음 3주 동안 4천여 명이 숨졌고 만성 폐질환으로 나중에 8천여 명이 더 사망했다. 당시 영국의 가정과 산업체는 질 나쁜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는데 배출된 석탄 연기가 짙은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고, 연기 속의 아황산가스가 황산 안개로 변해 사람들의 호흡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모그는 무분별한 산업화에 대한 대자연의 준엄한 경고 중 하나다.
중금속 범벅인 초미세 먼지가 황사 현상을 타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날아들고 있다. 카드뮴, 비소, 납, 아연 등 치명적인 중금속들이 허용 기준치의 40~130여 배 들어 있는 독성 먼지는 국민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 부작용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중국은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발 초미세 먼지 공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때문이다. 2013년 5월 현재 중국에 있는 원전은 18개이며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도 47개에 이른다. 중국 산둥반도 등 서해지역에 집중된 중국의 원전에서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누출 방사능은 편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한반도를 덮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원전 관리 능력을 믿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로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가 중국의 원전 부근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학수고대해야 할 처지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우리는 편서풍 덕을 봤다. 그러나 만일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편서풍은 우리에게 생지옥 경험을 안겨다 줄 것이다. 중국발 초미세 먼지 파동을 보면서 지구촌이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방사능 문제는 우리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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