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문 연 병원 "오후 휴진"…전공의 빠진 대학병원들 전문의 동원해도 진료 차질
10일 의사들이 대거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문을 닫은 동네의원들이 속출했고, 전공의가 집단 휴진에 나선 대형 병원들은 진료에 차질을 겪었다.
◆동네병원 문 닫아 환자들 불편
10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네거리 인근 병원 밀집 지역. 이비인후과를 찾은 최모(47'여) 씨는 문 닫힌 병원 앞에서 핼쑥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최 씨는 "어젯밤부터 목이 아파서 오전 일찍 병원을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있다"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다른 병원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네거리 주변에 있는 건물 7곳에 들어선 병원은 모두 23곳. 이 가운데 3곳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병원 입구 앞에는 '임시휴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하고 병원문을 두드리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인근 제조업체에서 일한다는 문모(46) 씨는 "어렵게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어 난감하다"면서 "다른 병원을 찾기도 어려워 오늘 하루는 그냥 참아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달서구 상인동 한 아파트단지 안 병원 곳곳에도 '병원 사정상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내과에는 노인 환자 2명이 언제 출근할지 모르는 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 간호사는 "출근할지 안 할지 모르니 그냥 문을 열어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진료시작 시간부터 병원에 나온 환자들은 "처방전이라도 받겠다"면서 하염없이 의사를 기다렸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의 진료명령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인테리어'나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휴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전에 문을 열었지만 오후에는 휴진하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북구 침산동의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일단 오전에 문은 열었지만 주변 병원들이 집단 휴진에 동참하면 우리도 오후 진료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구 대명동의 한 내과는 "우선 오늘 예약된 환자들만 오전에 받고 오후에는 휴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남구의사회 관계자는 "월요일 휴진은 실제로 환자들에게 불편을 많이 줄 것으로 예상해 오전 중 예약 진료만 받고 오후에는 부분적 휴진을 하는 것으로 협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없어 일손 부족 시달리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한 대학병원들은 전문의들이 총동원돼 전공의와 수련의들이 하던 업무까지 떠맡았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긴급 수술을 제외한 정규 수술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병실 환자를 진료하던 전공의가 휴진에 참여한 경우에는 주치의 교수들이 대응하고 있다. 전문의들이 회진을 돌고 있지만 외래 진료를 위해 빠지면서 진료에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일부 과에서는 의료진이 부족해 진료를 중단하거나 차질을 빚었다. 병원 측은 예약을 한 환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진료 날짜를 바꾸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비번인 전문의까지 모두 진료에 나섰다. 행정직원들도 병동이나 응급실에 투입돼 안내와 상황 설명을 맡고 있다. 입원 병동의 경우 오전 회진은 전공의들이 파업 시작 시간인 오전 8시 이전에 회진을 끝낸 상황이다. 그러나 각종 검사의 경우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평소보다 3~5시간가량 늦어지고 있다.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휴진 때문에 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동산병원을 찾은 이모(50) 씨는 "당뇨병 때문에 10년간 다니던 내과를 찾았는데 오늘 휴진이라며 약을 받지 못했다"면서 "인슐린이 없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 일단 큰 병원으로 와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걱정했다.
◆경북은 시'군별 차이 많아
경북 지역의 경우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를 이어가는 의원이 상당수였다. 포항의 경우 병의원 239곳 가운데 8% 수준인 21곳이 집단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진에 참여하고 있는 21곳도 수술 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예약환자 등에 대해서는 일부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 휴진에 동참한 한 병원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집단 휴진 지침이 늦게 내려온데다 포항지역 병원장들의 성향 역시 파업보다는 대화를 중시해 예상외로 적게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병의원들의 경영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어 2차 집단 휴진에는 병의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미도 평소와 다름없는 진료업무를 하고 있다. 구미보건소는 구미시내 종합병원 3곳, 병원 6곳, 개인의원 182곳 가운데 파업에 참여한 의원은 10% 미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시 형곡동에서 인공신장실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을 진료하는 한 내과 의원은 입구에 "컴퓨터 전산장애로 외래진료만 못할 뿐 신장투석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하루동안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영천은 의원급 동네병원 57곳 중 40여 곳이 파업에 동참했다. 영천 영남대병원은 진료시간을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으로 하루 2시간 연장했다. 환자들이 보건소로 몰리면서 평소보다 20%가량 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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