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유명 병원 체인은 본사를 영남권으로 옮기기로 하고 이전 대상 도시 물색에 들어갔다. 배경은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병원은 앞으로 적어도 30년 즉 한 세대 동안은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 서쪽을 엄습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우울증 등 각종 정신 질환까지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서울의 환자들은 물론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환자들도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남 해안지역에서 요양하거나 통원치료하기를 원할 것으로 보고 거점을 수도권에서 영남 해안도시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기후 변화와 대기오염이 지역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이라면서 "물 부족과 사막화가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던 것처럼 중국발 미세먼지는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6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미세먼지로 인한 생활불편 조사를 보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생활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80%를 상회했다. 이들 응답자의 47%가 '외출을 자제한다'고 답했다. 미세먼지가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구 경북 지역은 이 비율이 29%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의 반대편 일본에서도 한반도의 지역구도에 영향을 미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대재앙 이후 태평양 쪽에 치우쳐 있던 국토발전의 구도를 우리 동해안 쪽으로 개편한다는 장기 계획 검토에 착수했다고 들린다.
일본은 태평양 쪽에 지진대가 몰려 있어 후쿠시마 사태에서 본 것처럼 지진과 쓰나미에 거의 무방비이지만 동해 쪽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어서 그렇다.
북쪽 극동 러시아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유럽 쪽 진출은 독일, 미국 등 서방의 제동으로 좌절되고 있기 때문에 극동 러시아를 통한 동해 쪽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번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 때, 러시아와 북한이 추진 중인 '나진-하산 물류 협력 사업'의 철도 항만 사업에 남한 기업이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렇게 환동해 시대의 단초들이 놓이고 있다. 그동안 서해안 시대에 밀려서 상대적으로 침체됐던 동해 쪽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환동해 시대는 대한민국 특히 경상북도가 주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북의 동해안을 중심으로 북으로 북한~극동 러시아와 중국 동북으로 이어지고 일본의 동해지역인 니카다 등지와는 경주 포항에서 바다로 직결되며 남으로도 일본의 남부 규슈지역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동해를 둘러싼 5개 나라(지역)에서 대한민국의 경북은 공업력, 인적자원 등 여러 면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보다 우위에 있고 일본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극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 나라의 중심은 태생적으로 유라시아에 있으며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홍콩으로 이어지는 중원에 국력과 인재가 몰려 있다, 일본도 후쿠시마 재앙 이후 동해 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나라 또한 핵심은 태평양 쪽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되는 환동해시대에 대한민국은 지리적 여건은 물론 환동해 5개국 중에서 미국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유일한 나라이며, 21세기 경쟁력의 코드인 문화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환동해시대는 대한민국이, 특히 경북이 주도할 수 있다.
특히 포항-영덕-울진의 공업 및 에너지기반과 경주와 안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전통 고유문화와 민족정신의 본류가 경북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경북은 서해안시대 20년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지역경제를 부흥시키는 수준을 넘어 앞으로 동해를 중심으로 형성될 동북아 5개국(지역) 경제공동체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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