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간식 먹으러 교장실 오죠"
포항 오천고등학교(포항시 남구 오천읍) 박경현 교장의 집무실은 달콤하다. 늘 초콜릿과 코코아 등 향기로운 냄새가 배어 있다. 달콤한 향기는 학생들에게 어렵기만 했던 교장실의 문턱을 낮췄다. 오천고 아이들에게 교장실은 맛있는 간식거리가 넘쳐나는 휴게실이다.
"저는 교육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까'란 말을 되새깁니다. 학교란 학생들이 정말 즐겁게 평생을 살아가야 할 발판을 만드는 곳입니다."
오천고는 오천읍민들이 십시일반 동참해 만들어낸 학교이다. 지난 1964년 읍민들이 직접 자금을 조성해 오천고등공민학교가 설립됐고, 1967년 오천중학교로 승격됐으며, 이후 1984년 지금의 고등학교가 지어졌다. 현재 28회 졸업생을 포함, 7천241명의 학생들이 오천고 교문을 나섰다.
지금은 전통사학으로 자리 잡은 오천고이지만, 지난 세월 우여곡절도 많았다. 전 학교법인이 내부 비리 등으로 혼란을 겪으며 법인과 교직원, 지역민들이 서로 갈등을 거듭했고 교육부 사학법인분쟁조정위원회에까지 이 문제가 올라갔다.
결국 지난해 8월 30일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오천고의 새로운 법인재단으로 결정되면서 현재의 안정화를 찾기까지 약 20여 년간을 갈등과 분쟁 속에서 혼란을 겪은 것이다.
"제가 지난해 3월 1일 자로 발령을 받았지만 법인 문제로 6개월이나 업무를 시작하지 못했을 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그만큼 오천고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은 컸습니다. 심지어 오천중'고에 배정받은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보낼 수 없다며 민원까지 제기했습니다."
부임 후 박 교장은 마음이 바빴다. 우선 '학교에 대한 신뢰 회복'을 제1 교육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교육환경의 획기적 개선' '선진 교육 프로그램의 도입' '우수한 교원 확보' '구성원 결집'이라는 4가지 세부 목표를 세웠다. 법인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학교로서는 파격적인 70여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다목적 강당, 가사실, 식당 등을 세우며 낡은 학교를 완전히 새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천고는 최근 교원모집 경쟁률 60대 1, 학생모집 100% 선지원 등 학생과 교원 모두가 오기를 희망하는 1순위 학교로 변모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독도지킴이 동아리' 최우수 동아리상, '우수학교 4-H회' 선정, '포항시 체험학습 우수학교' 선정, '한국 학생 창의력 올림픽' 동상 수상 등 각종 대회에서 39회나 수상의 영광을 거두며 명실상부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당초 지역민들의 손으로 지어진 학교인 만큼 아무리 비난을 쏟아낸다 해도 그 저변에는 바로 학교에 대한 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오천고는 무척 사랑받는 학교였던 것이죠. 교육이 오천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긍정적 성취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근 오천고 홈페이지에는 특이한 게시판이 생겼다. 박 교장이 매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학교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학교장 게시판'이 그것이다. 학생들이 그저 성적이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노력'의 소중함을 알기를 바라는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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