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넘나든 '까까머리 우정' 반세기 만에 책으로

입력 2014-03-07 07:50:33

나일성 명예교수·日 사가에 PD 일제강점기 때 인연 50년 계속

**사진설명=1)나일성(왼쪽) 교수와 사가에 씨. 2)나일성 교수 집을 방문한 사가에 씨. 3)두 사람이 함께 쓴 책 표지 4)지난달 28일 출판기념회와 시사회에 참석한 나일성 교수 부부(왼쪽)와 사가에 씨 부부. 5)지난달 28일 출판기념회와 시사회에서 축하 떡을 자르는 나일성 씨 부부와 사가에 씨 부부.
**사진설명=1)나일성(왼쪽) 교수와 사가에 씨. 2)나일성 교수 집을 방문한 사가에 씨. 3)두 사람이 함께 쓴 책 표지 4)지난달 28일 출판기념회와 시사회에 참석한 나일성 교수 부부(왼쪽)와 사가에 씨 부부. 5)지난달 28일 출판기념회와 시사회에서 축하 떡을 자르는 나일성 씨 부부와 사가에 씨 부부.

'그때 우린 열세 살 소년이었다' '희망의 날개(希望の 翼)'.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1945년 8'15 광복과 함께 헤어진 후 41년 만인 1986년에 재회,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여든을 넘은 한'일 두 나라의 옛 중학 동창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 출판기념회와 TV드라마 시사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한국의 원로천문학자인 나일성(羅逸星'83) 연세대 명예교수와 일본의 방송인인 사가에 다다시(寒河江正'82) 원로 프로듀서.

두 사람은 2차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4월 함경도 성진시(현재 김책시)의 4년제 성진공립중학교(중학교는 원래 5년제였으나 전쟁 말기에 1년 단축됨)에 입학했다. 1941년 설립, 막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 학교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한국말을 못 쓰게 하던 시절, 무심코 한국말을 해버린 나 교수가 궁지에 몰렸을 때 "한국인이 한국말을 하는데 뭐가 나쁘냐? 당연하지 않느냐?"며 사가에 씨가 편들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그러나 그해 8월 헤어졌다. 나 교수 가족은 서울로 떠나고, 사가에 씨 가족은 1946년 10월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기약 없는 긴 이별에 들어갔다.

이후 나 교수는 배재중학교와 연세대 천문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나 교수는 뒷날 1999년 예천군 감천면에 세계 첫 개인 천문관인 나일성천문관을 개관했고, 예천에서 국제천문학술심포지엄을 여는 등 예천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가에 씨 역시 일본으로 귀국한 뒤 센다이시립 제9중학교와 센다이 제2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오시샤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하고 TVK(가나가와)에 입사,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지금도 방송인의 삶을 살고 있다.

사가에 씨의 그 한마디를 잊지 않았던 나 교수는 1986년 일본의 지인을 통해 그의 주소를 알아내 한국으로 초청, 김포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의 교류는 계속됐고, 대학 때 합창 활동을 한 사가에 씨는 그가 속한 합창단의 한국 공연에 참여하며 우정을 이어갔다. 서울 새문안교회에서의 첫 한국 합창공연에 이어 나 교수의 천문관이 있는 예천에서는 예천 주부들의 노래 모임인 예모(醴母)합창단과 공연을 했다. 또 인근 문경, 영주에서도 현지 합창단과 합동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단원들은 답례로 일본을 방문, 교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의 1910년 조선 강제병탄 100주년 되는 2010년, 두 사람은 지나간 학창시절과 흘러난 세월, 두 나라 간의 갈등과 우호의 역사 등을 대화체로 엮어 '너와 나의 이야기-그때 우리는 열세 살 소년이었다'란 제목으로 한국에선 2010년, 일본에선 '희망의 날개'란 이름으로 2011년에 책을 출판했다.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2013년 3월, 한국 KBS와 일본 TVK가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드라마로 두 번이나 큰 방송상을 받기에 이르렀고, 2013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3국 방송인포럼에서 추천작으로 방영돼 감명을 주었다.

한편 지난달 28일의 출판기념회와 TV드라마 시사회에는 두 주인공 가족과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마키우치 료헤이(牧內良平) TVK 회장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두 주인공은 자리를 함께한 부인들과 축하 떡을 자르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다.

미치가미 원장은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를 단순히 옛날 이야기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이 21세기 우리의 역할이다"면서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교류는 더욱 많아져야 한다. 두 분처럼 무엇인가 여러 가지 장애, 어려움을 넘어서 손을 잡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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