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은 홍어삼합 코가 뻥~ 시원한 홍어탕 속이 확~
전라도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알싸한 홍어가 떠오른다. 홍어는 전통적인 남도음식의 대표이다. 경조사 때 음식상이 아무리 화려해도 홍어가 빠지면 '차린 게 없네'라는 소리를 듣는다. 작가 황석영 씨도 홍어의 맛에 대해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잘 삭힌 홍어는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몇 번 맛보면 꼭 다시 찾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다.
◆남도 음식의 진수 '홍어'
홍어 전문점 '새아씨방'은 남구 대명동 대구가톨릭대병원 정문 옆에 있다. 광주 출신인 이현숙(58) 사장이 21년째 이곳에서 남도음식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홍어 마니아들에겐 입소문이 나 있다.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홍어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가장 오랜 단골은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직원들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오훈규(병리학) 교수는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집으로 이곳에 오면 전통적인 남도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곰삭은 홍어 냄새가 훅 풍긴다. 단골들에겐 이 냄새가 정겹다. 처음 홍어를 접하는 사람은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다. 정확한 표현이다. 홍어 몸속에 있는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특유의 냄새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 냄새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장태진 교수는 "이젠 '홍어' 소리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며 "최고의 음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홍어의 진미 '코와 애'
새아씨방은 대구에서는 드물게 흑산도 홍어를 맛볼 수 있다. 처음엔 홍어 음식의 대표급인 홍어 삼합부터 나온다. 이어서 찜과 탕 등 다양한 홍어 코스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새로운 음식이 나올 때마다 홍어 마니아들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연분홍빛이 감도는 홍어 한 점에다 삶은 돼지고기 삼겹살 한 점, 그 위에 푹 삭힌 묵은지를 차례로 얹어 홍어 삼합을 맛본다. 씹을 때마다 홍어 특유의 냄새와 함께 톡 쏘는 듯한 맛이 느껴지면서 콧잔등으로 쏴~한 느낌이 전해온다. 코가 뻥 뚫린다. 오래 씹을수록 홍어 맛이 은은하게 감돈다. 새내기 이선재 교수도 서서히 홍어 삼합의 맛을 느끼는 중이다. 이 교수는 "선배님들 따라 몇 차례 왔지만, 아직 홍어에 대해 매력을 느낄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이 집의 청국장 맛을 즐기는 편"이라고 토로한다. 새아씨방 이 사장이 "홍어의 진수를 맛보여 주겠다"며 홍어 중에서도 톡 쏘는 맛이 최고인 콧잔등 살과 홍어 애(간)를 내온다. 역시 장태진 교수가 가장 반긴다. "평소 잘 맛볼 수 없는 부위인데 오늘 횡재했다"며 좋아한다. 박관규(병리학) 교수는 "꽤 자주 오는 편이지만 홍어 코와 애는 경험하지 못했는데 오늘 도전해 본다"고 고백한다. 연분홍색의 투명한 홍어 코는 오돌오돌한 느낌이다. 한 점 입 안에 넣으니 쏴~한 맛이 온몸에 퍼진다. 내친김에 홍어 애 맛보기에 나선다. 참기름 장에 콕 찍어 한 입 맛보니 예상외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다. 홍어 맛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이 홍어찜과 탕이 등장한다. 홍어찜은 연한 뼈가 살겅살겅 씹히는 날개 부분이다. 푹 삶은 닭고기처럼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진다. 톡 쏘는 듯한 맛과 향이 강하다. 뚝배기 속에 부글부글 끓는 홍어탕 맛도 궁금해진다. 오훈규 교수는 "홍어탕의 알싸한 맛은 속을 시원하게 훑어주는 역할을 해 숙취 해소는 물론 한 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되는 음식"이라고 소개한다.
◆계절별 특미
홍어 음식을 즐기면서 모두 홍어를 발효시켜 특별한 요리로 만든 조상의 지혜에 감탄한다. 이현숙 사장은 "홍어는 음력으로 1, 2월에 최고의 맛을 낸다"며 "잘 삭힌 홍어는 묵은 김치처럼 오래 보관할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싸한 맛이 더욱 깊어지는 매력적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새아씨방이 홍어 전문점으로 소문난 것은 가장 좋은 품질의 홍어를 선택하는 이 사장의 영업방침 때문이다. 홍어 코스요리를 즐기다 보니 포만감이 가득해진다. 이 사장은 "우리 집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라며 북어찜과 청국장을 내온다. 북어찜은 부드럽게 마련한 북어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부글부글 끓여 담백한 맛이다. 장태진 교수는 "숙취 해소에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소개한다. 새아씨방에서는 계절별 특미로 무안의 세발낙지와 주꾸미, 새조개 등 제철에 입맛 돋우는 해물도 즐길 수 있다. 저녁에만 문을 연다.
홍어 삼합 6만5천원(국내산) 4만원(칠레산), 홍어찜 6만5천원(국내산) 3만5천원(칠레산), 홍어탕 2만원, 생고기와 육회(국내산 한우) 각 2만8천원, 북어찜 2만5천원.
▷규모: 70석
▷주차장: 9대. 주변 골목길 이용
▷영업시간: 오후 4시~자정까지(1'3주 일요일 휴무)
▷예약: 053)653-1818. 대구시 남구 대명10동 9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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