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세상 별난 인생] 색소폰 전문 연주자 의사 최주열 씨

입력 2014-03-06 14:01:43

음반도 출시…음악적 감동 통해 영혼까지 치료

색소폰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이색 의사 최주열. 그는 대구의료원이 자랑하는 '명품의사'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대구예술대에 편입학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1월엔 자신이 연주한 색소폰 음반을 낼 정도로 전문 색소폰 연주자다. 그는 의료적 지식과 기술로는 육체를 치료하고, 음악적 표현과 감동으로는 영혼을 치료해주는 의사다.

◆한 손엔 청진기, 한 손엔 색소폰

최주열(대구의료원 가정의학과) 선생의 차 트렁크엔 늘 색소폰이 실려 있다. 그는 대구의료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다. 병원 당직을 하면서도 잠시 틈나면 최근 상영한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OST '렛잇고'(Let it go)를 연주하는 멋쟁이 의사다. 피아노 솜씨도 수준급이다. 평소 세계적인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가인 '케니 G'를 존경해 그의 예명도 '케니 C'로 정했다. 대구의료원은 지난해 7월부터 매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입원 및 외래 환자를 위한 색소폰 연주회를 열고 있다. 물론 주인공은 최주열 선생이다. 그는 어린이 환자를 위해 신나는 동요와 CM송, 어른들에게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찬송가 등 따스한 곡을 연주해 준다. 연주회 때마다 사탕 100개를 준비해 공연장에 온 어린이 환자에게 나눠준다. 그는 "마음이 회복되면 몸도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마음은 그런 일들을 극복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가난했던 청년기, 마침내 의사가 되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청빈한 목회자의 아들로 성장 과정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다양한 재능을 타고났다. 의대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현실을 감안, 취직이 잘된다는 경북대 금속공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오랫동안 맘 속에 품고 있던 의료인의 꿈을 이뤘다. 공학도가 의사가 된 배경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대학생활 중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미국에 가서 사회복지 실습을 했다. 그때 미국 유학생 수련회(KOSTA)에 참석하면서 '의료인의 꿈'을 다시 키웠다. 때마침 우리나라에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겼다. 1년 후 시험. 공부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대구텍'에서 인재를 뽑고 있었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회사생활을 하던 중 의학전문대학원에도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의료인이 되기로 했다. 전공은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 "의료선교에 대한 꿈이 있기에, 온갖 질환들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가 저의 선교사역에 가장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고 밝힌다.

◆색소폰 전문 연주가의 길

"고등학교 입학식 때 악대부 선배들이 관악합주로 환영식 연주하는 모습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입학 후 관악부에 들어가 색소폰을 배웠다. 1997년 경북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입학, '색소폰을 잘 부는 신입생'으로 소문이 났다. 199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육군보병학교 소속 군악대에 자원입대했다. 군악대에서 본격적으로 색소폰 실력을 연마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고시에 합격한 후 2011년 대구예술대학교 주최 '전국 예술실기대회' 색소폰 부문에 참가해 1등을 했다. 특전으로 2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대구의료원에서 진료하면서 대구예술대에서 색소폰 수업을 받았다. 이를 통해 색소폰 전문 연주인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10월 31일과 12월 2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대구예술대 단원들과 협연을 했다. 이후 다양한 무대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마침내 지난 1월 자신만의 색소폰 연주 음반을 냈다. 소니뮤직코리아와 계약하여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좋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음반판매 수익금 전액은 국내외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의료인 가족

그는 김지은(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남편이며 2남 1녀의 아버지다. 부인 김지은 선생을 만난 사연은 극적이다. 2007년 겨울 전국 45명의 의대생이 팀을 이뤄 캄보디아로 의료봉사활동을 갔다. 캄보디아에는 선교사로 봉사하고 계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의료선교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김 선생을 만났다. 그는 "당시 대규모였던 저희 팀에서 외모뿐 아니라 인품까지도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제 아내 김지은"이라고 고백한다. 프러포즈는 당연히 색소폰 연주로 했다. 김지은 선생이 의대 본과 3학년 시절(만 22세)에 결혼을 했다.

"아내는 본과 4학년 말에 의사국가고시를 3개월 앞두고 첫째 아들 시온(평안을 베푸는 사람)을,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1년 차 때 둘째 아들 시윤을 낳았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국가고시를 또 3개월 앞두고 딸 은유(은혜가 깊은 사람)를 출산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수련과정은 워낙 힘든 일인데 제 아내는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과 함께 보석같은 세 아이를 선물했다"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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