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도 방패도 잠시 내려놓고…포항시장 퇴임식 '화기애애'

입력 2014-03-06 10:44:02

김 지사 공로패 전달 후 "원하시는 것 잘 되길…" 발언에 퇴임식장 웃음꽃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박승호 포항시장의 퇴임식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참석해 공로패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박승호 포항시장의 퇴임식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참석해 공로패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상북도지사 수성에 나서는 김관용 지사와 첫 도전을 선언한 박승호 포항시장이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났다. 박 시장이 도지사 선거를 위해 8년간 재임한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퇴임식 자리였다.

박 시장은 공식적인 퇴임식 행사에 상급 기관장인 도지사를 초청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김 지사도 8년간 시정을 이끈 시장의 퇴임을 축하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출마 선언 이후 만남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행사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김 지사는 행사 시작 전 문화예술회관 2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박 시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며 간단한 덕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 시장을 찾아 인사하는 손님들이 몰리면서 김 지사가 한쪽으로 물러선 탓에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퇴임식 자리에서 김 지사가 300만 도민을 대표해 박 시장의 노고를 치하하는 공로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공식적 만남은 끝났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 시장에게 "원하시는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김 지사는 이날 퇴임식에 참석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퇴임식에 참석한 1천여 명의 시민, 공무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홍보할 수 있었으며, 박 시장의 텃밭에서 경쟁자인 박 시장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박 시장 역시 이문이 남는 행사였다는 분석이다. 경쟁자이지만 상급 단체장인 도지사를 퇴임식장에 초청함으로써 대등한 후보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을 공식화하고, 배짱이 있다는 점을 홍보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전자 입장에서 김 지사를 면전에 두고 퇴임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침체된 경북'을 거론하며 김 지사와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어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키려는 김관용과 뺏으려는 박승호의 앞으로의 싸움에 경북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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