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마스크 전성시대

입력 2014-03-05 07:22:14

요즘 중국발 미세먼지로 우리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연일 방송, 신문에서 미세먼지의 유해성과 마스크 착용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중금속이 함유된 초미세 먼지는 몸 속에 들어가면 평생 배출이 안 된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언론 보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특히 대구 사람들의 착용 비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낮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10개 정도 마스크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외출할 때마다 착용을 권할 만큼 마스크 애호가다. 이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시작되면 심해지는 비염 때문인데, 매일 하나씩 챙겨 실외로 나갈 때는 무조건 착용한다. 비염이 심해지면 노래하는데 문제가 많아 예방 차원에서 실천한 지 오래된 습관이다.

2년 전 대구시립합창단에서 독일 칼스루에로 연주를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11월의 독일이 건조하고 차갑다는 소식에 습관처럼 이번에도 마스크를 챙겨갔다. 국위선양하러 간 외국 연주에서 목에 무리가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어디서나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런 나를 쳐다보는 독일 사람들의 시선은 늘 어딘가 불편했다. '왜 저러지?' 의아해하면서도 목 건강이 우선이었던 탓에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했고, 공연도 무사히 마쳤다. 귀국 후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유럽 사람들은 전염병이나 큰 병을 앓는 경우가 아니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 즉, 그들은 나를 전염병에 걸린 '환자'로 오인했던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스크는 의료용 마스크와 비슷하게 생겨서 더욱 그러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마스크를 열심히 사용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성악가에게는 이비인후과가 무척 친숙한 병원인데 자주 가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을 쉬면 자연스럽게 코와 목의 습도 조절이 되고 성대도 건조해지지 않아 물을 계속해서 마시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도 오페라 공연을 며칠 앞두고 기침이 너무 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친분 있는 소프라노 성악가 선생님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취침해보라고 얘기했던 것을 실천해서 큰 효과를 본 적도 있었다. 이후로 마스크와 나는 환절기 단짝 친구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불어온 미세먼지에다 3월부터는 황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도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한 덕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갔다. 올해 봄에는 미세먼지와 황사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더욱 애용해야겠다. 다행인 것은 이곳이 한국이고, 마스크를 사용해도 독일처럼 환자 취급은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신현욱<계명대학교 성악과 외래교수 tenore9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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