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칼럼] 대박 꿈 걷어찬 안철수 새 정치

입력 2014-03-03 11:16:23

새 정치의 꿈은 사라졌다. 2009년 이화여대부터 시작해서 2011년 9월 경북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전국 대학가 청춘 콘서트에서 불붙기 시작한 안철수 바람은 정치권의 변화와 대안을 바라는 새 정치 열풍으로 이어졌다. 최근 지지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2012년 제18대 대선 가상 대결에서는 초반부 내내 박근혜 후보를 압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특정 정당 지지자들을 제외한 무당파들의 안철수 지지는 전국적인 기반을 확보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미국 대통령은 역설했지만, 우리나라는 타성과 기득권에 젖은 정치적 후진성이 민생의 발목을 잡으며 상상초월 갑(甲)질을 해댔기에 이를 끊어줄 정치 지도자로 안철수를 꼽은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셈법과 이익 따지기에 빠른 노회한 정치인보다 폐습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초년병이 더 정치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컸다.

그 안풍(安風)의 주인공은 독자 창당 선언 40일 만에 꿈을 포기했다. 모두가 편안하게 일요일을 즐기던 2일 돌연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6'4 지방선거 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을 선언했다. 명분은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였다. 대선 기간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빅3가 공히 약속했던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를 뒤집은 새누리당과는 달리 무공천을 확정 지은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약속의 정치를 실천하고, 또 그런 약속을 실천하는 민주당의 변화를 믿는다는 것이 양당 통합의 명분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혁파 대상으로 손꼽던 민주당과 손잡은 신당 창당의 이유로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를 실천한 민주당이 변화하리라고 보았다. 민주당이 변하는 것 자체가 새 정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태로 봐서는 쉬울 것 같지 않다. 대선 이후 줄곧 민주당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팽개치고 뛰쳐나가 국정원 댓글 의혹 등을 빌미삼아 거리 정치를 하고, 촛불에 불이 붙기만 바랐다. '대선 불복'을 넘어 '대통령 하야' 막말까지 내뱉는 의원들의 무리수에 여론은 돌아섰고,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이 들어온다고 달라질까 기대난망이다. 실제 정치 9단들은 당 바깥의 안철수가 성가시지 통합 신당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호시탐탐 흠집 내기로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 깎아내리기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126석을 지닌 약 70년 전통의 제1야당과 겨우 2석밖에 안 되는 세력으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5대 5' 통합 사유는 은밀한 거래 외에는 납득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제1야당이면서 지지율이 10%대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이나 창당을 앞두고 지지율, 인재 영입, 창당 자금 모집에서 '3저(低) 현상'을 겪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나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신중한 탓에 서울시장 후보 자리도, 대선 후보도 기회를 놓친 안철수 의원이 이번에는 '3일 극비 프로젝트'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 승부수가 대박이 날지, 새 정치 염원 고정표 20~25%를 날려버리는 쪽박이 될지는 6'4 지방선거 결과표와 함께 금명간 결정 난다. 지금은 친노 뺨치는 창당 기획통으로 평가받는 김한길 대표가 대박, 새 정치 꿈바라기들의 지지를 말아먹는 것 같은 안철수 의원만 올찮은 소리를 듣는 모양새다. 정치는 생물이니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려면 6'4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바람을 타야 한다. 선거 바람은 보통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서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거나, 국민들이 긴장감을 느낄 만한 빅 이슈가 터지거나, 바람을 일으키는 주체가 신선하거나 해야 잘 불어온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말 57%를 넘었고, 크게 놀랄 이슈도 없었으며, 현실 정치 입문 2년차 안 의원의 신선도는 많이 떨어졌다. 바람몰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오히려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의 판세 분석은 상당히 정확했다. "코앞의 6'4 지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 아름다운 패배를 보이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지더라도 새 정치를 하리라 믿어준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다가 져야지 국민이 다시 손을 내민다는 논리다. 책사답게 냉정한 분석이자 현실적인 타개책으로 보였지만 안철수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거래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자멸한다는 윤여준의 지적이 뼈아프게 되돌아올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실패하면 향후 10년간 한국 정치계의 개혁 지도자는 등장하기 어렵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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