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적자생존시대와 지역의 변화

입력 2014-03-03 07:39:09

적자생존(適者生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오랫동안 동물의 존망(存亡)을 연구하여 집필한 불후의 명저 '종의 기원'에서 내린 결론이다. "가장 강한 종(種)이 생존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영리한 종이 생존하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조직의 흥망성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몇 가지 기업의 사례를 보자. 세계 최고의 필름 회사인 130년 역사의 코닥이 2012년 파산 신청을 하였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화학필름회사로 안주하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자회사의 지존이었던 소니가 2011년 7조원의 적자를 내며 30조원의 흑자를 낸 삼성전자에 30여 년간 지켜온 왕좌를 내주었다. 스피드 시대를 외면하여 2배 빠른 삼성의 제품생산 능력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민기업인 노키아는 세계 1위의 휴대폰 전화회사로서 지난 2001년 주식 시가총액이 거의 300조원에 달했는데, 작년에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매각할 때 가격이 겨우 8조원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도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여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에 들어선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시가 약 20조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에 파산신청을 하였다. 인구는 반세기 만에 60%나 줄었고, 실업률은 18.6%로 미국 내 최대이며, 살인범죄율 1위인 폐허의 도시로 전락하였다. 자동차 산업이 핵심인 이 도시가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국가도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중반까지 세계경제 7위권의 아르헨티나가 작년에 모라토리엄(국가부도)을 선언한 것이 그 예이다.

박근혜정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의 비전을 제시하자, 대구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도 '창조도시' 구현을 새로운 도시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 진정으로 창조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의 준비가 필요할까.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그의 저서 '창조계급'에서 '3T', 즉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관용(Tolerance)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3T'를 바탕으로 대구가 진정한 창조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가 짚어보자. 첫째, 유능한 인재가 수혈되어야 한다. 대구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타지역에 공급하였으나, 타지역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는 소홀하였다. 이제 지연, 학연을 초월하여 각 분야의 인재를 과감히 유치하여야 한다. 한편, 지역 대학들은 '지식창조형 인재', '기술창출형 인재', 그리고 '사업창출형 인재'를 배출하여 지역에 공급하여야 한다, 둘째, 고부가가치 기술이 창출되어야 한다. 대구는 타지역에 비해 기업체 수는 적지 않으나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열악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술 창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자동차부품, 섬유, 공구 등 지역 특화 산업에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지인에 대한 관용적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역에 아무 연고가 없는 필자가 지난 3년간 이 지역에 지내면서 폐쇄적 분위기를 절감하였다. 이러한 폐쇄성은 위기에 대한 불감증으로 이어져서, 지난 20여 년간 대구가 겪어온 경쟁력 추락을 더욱 가속시킬 수도 있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외국인은 고사하고 국내 타지인도 수용하지 못하는 지역정서가 만연한다면 결코 외지의 인재들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올해 DGIST 첫 학부생 모집에 전국에서 2천여 명의 우수학생이 모여들어 최종 169명의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였다. 이 중 80% 이상이 타지역 출신이다. 이 학생들이 지역의 배타적 분위기에 실망하여 졸업 후 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아무쪼록 관용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착되어 타지역의 인재들도 지역의 창조도시 구현에 함께 기여하기를 희망해본다.

신성철 DGIST 초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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