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에 띄운 사랑의 메시지들

입력 2014-03-01 08:00:00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 엄광용 엮음/ 북오션 펴냄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5년이 됐다. 그는 1922년 대구의 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69년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돼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살다 2009년 2월 향년 87세로 선종했다.

이 책은 선종 5주년을 맞아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미사, 강연, 메모 등을 통해 남긴 사랑의 메시지를 모아 정리했다. 엮은이는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엄광용 씨다. 그는 "지금 온 세상을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 반목, 슬픔, 아픔은 모두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며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우리에게 남긴 사랑의 메시지가 불현듯 그립고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유독 사랑에 대해 울림과 스밈이 있는 말을 많이 남겼다. 그는 노년에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랑이 여태껏 모자랐다고 부끄러워했다.

또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사랑, 이 두 사랑은 하나의 사랑이다. 인생의 길은 바로 이 사랑이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라고 했고, "사랑은 결코 감정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지에서 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의지로 누구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사랑을 위해 어떤 어려움과 시련도 이겨내겠다는 뜻을 굳게 세우고 사랑할 때 그것이 참 사랑이다"고도 말했다.

여느 로맨티스트보다 멋있게 "사랑은 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을 견뎌내고, 가실 줄을 모르고,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이라고 했고, 선종을 앞두고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사랑을 사랑하다 사랑 그 자체가 된'이라고 붙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에는 삶을 사는 방법은 물론 희망과 용기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의지가 모두 녹아 있다. 책을 엮은 엄광용 씨는 "사랑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일생에 걸쳐 추구한 '목숨보다 소중한 가치'이자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놓을 수 없었던 화두였다"며 "또 그가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남긴 숙제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248쪽, 1만3천500원.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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