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되지 않았던 여행의 시작
이별의 나침반이 허둥대는 사이
조용히 돌담을 휘감아 앞서가던 여행자
꼬리 붙들어 눈물이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봤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이탈해버린 경로
시간 끝에서 웃고 있는 여행자
내 울음 들리지 않나 보다
잃어버린 것이 서러운 이름뿐이라면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잊어주는 것이 이별
점점 더 큰 흉터로 자라나는 동강 난 그리움 꿰매어
세월 안에 구겨 넣은 추억이 익숙해질 때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다
보낼 수도 없으면서
보냈다 말하면서도
이렇게 보고 싶어
끝끝내 울고 마는 그림자놀이
이지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