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를 때리는 청소년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부모는 아이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해 참담함을 경험하다 못해 필자를 찾는다. 아이 엄마는 세상의 허탈함이란 허탈함을 모두 쓸어담아 불행을 호소한다. 그런데 엄마를 좌절케 하는 당사자인 아들은 남의 일인양 눈을 빤히 뜨고 딴전을 피운다. 말끔하고 귀여운 소년의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감히 어머니를 때리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어머니 자리를 실추시키는 일을 밥먹듯 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어머니로부터 문제투성이를 고치려는 의도로 '끌려온 상담'에 참여한 이 소년에게 어떻게 말을 건넬까 고민했다. 그런 필자를 빤히 들여다보던 소년이 스스로를 자포자기하며 비웃듯 먼저 말을 건네왔다.
"선생님이 저를 보며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난 다 알아요. 엄마를 때리는 나쁘고 천벌을 받을 아이라 비난하고 훈계하고 싶으신 게지요?"
소년이 죄책감을 감추며 말하자 필자가 소년의 눈을 보며 말했다.
"아니, 틀렸어. 난 지금, 네가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너도 오죽하면 어머니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겠냐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너를 어떻게 달래줘야 어머니에게 예전과는 다른 행동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지."
필자의 말을 들은 소년은 의기양양하다 못해 당돌했던 기세가 천천히 꺾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년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작은 가슴에 마치 응어리 맺힌 것들이 꾸역꾸역 밀려올라오는 듯 꺽꺽거리는 울음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는 소년이 그간 참아냈을 고통과 억울함, 그리고 분노와 서러움의 절규로 녹아 그 어떤 말보다도 듣는 이의 가슴을 저리기에 충분했다.
소년이 눈물범벅이 된 채 말했다.
"어쩜, 난 지금 예전의 엄마가 나를 때리듯, 내가 엄마를 꼭 같은 방식으로 다시 때리고 있었단 것을 깨달았어요."
이 말을 듣던 어머니가 오열을 하며 아들을 향해 고백했다.
"난 널 사랑했다. 때려서라도 네가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단다!"
필자가 듣기에 어머니의 미숙한 대화가 모처럼의 모자 간 화해를 방해할까 염려스러웠던 것일까. 필자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기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나요?'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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