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6년간 9천만원 '꿀꺽'

입력 2014-02-26 10:54:20

구미 전 주민자치회장 구속, 회장 바뀌면서 범지 들통나

"주민자치회장(입주자대표)과 관리소장이 결탁하니 아무도 막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말 눈을 크게 뜨고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구미시 옥계동 한 아파트단지(560가구)의 전 주민자치회장 A(47) 씨가 구속됐다. 함께 짠 후 보수공사 금액을 부풀려 주고 사례비를 나눠 가진 관리소장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2007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아파트 주민자치회장을 맡아 온 A씨는 매달 주민들이 낸 관리비 가운데 장기수선충당금(3.3㎟당 480원)으로 각종 보수공사를 벌여오면서 한 건당 200만원에서 4천만원까지 6년 동안 9천200만원을 받아 챙기다 덜미가 잡혔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7월 관리소장 B(47) 씨와 짜고 주차관제 시스템 공사를 하면서 업자로부터 800만원을 사례비로 받아 나눠 가졌다. 또 2009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관리소장 C(45'여) 씨와 짜고 아파트 청소용역을 자신의 무자격 청소용역업체와 부당 계약해 3천200만원을 챙겼다.

A씨의 범행은 지난해 8월 말 선거를 통해 자치회장이 바뀌면서 들통났다. 주민들은 신임 이중석(33) 자치회장에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 회장은 지난 6년간 A씨가 벌인 공사를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1억8천만원을 들인 아파트 도색공사는 부실투성이여서 주차장 천장 등 곳곳에서 하자가 발견됐다. 불필요한 공사를 벌여 관리비를 마치 자기 돈처럼 써버렸다. 사례금을 챙기기 위해 무자격업체에 주차관제 시스템 공사를 맡겨 부실로 이어졌고, 시공사 대표는 달아난 상태였다. 하루 수백 대의 차량이 오가는 아파트 출입구 차단 장치는 수시로 멈춰 섰고, 다른 업체에 보수를 맡기다 보니 매달 40여만원의 추가 경비를 지출하는 실정이다.

사례금 챙기는 재미에 빠진 A씨는 장기수선충당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돈을 융통해 공사를 발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결국 관리비가 늘어나 주민 부담만 커졌다. 다른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만큼 주민 스스로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했다.

구미경찰서 장찬익 수사과장은 "아파트 단지마다 이런 허점이 많다.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기획수사를 통해 비리를 차단할 방침"이라고 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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