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 재소자 학위 수여식…전국 수석'우수 논문상 차지
"저는 이미 크나큰 실수로 인생을 낭비한 사람입니다. 비록 돌이킬 수 없는 삶이지만 남은 꿈만이라도 소중히 가꾸고 싶었습니다."
25일 오전 11시 포항교도소. 이른 봄이 찾아오고 있지만 몇 겹의 철창 속은 너무나 차가웠다. 길게 늘어선 면회 행렬이 엄격한 신분검사를 거쳐 교도소 내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는 사랑하는 아들을, 또 누구는 보고 싶은 남편을 찾아가는 길일 터였다. 오랜만에 찾은 면회 길이라 각자의 손에는 아침부터 준비했음 직한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봇짐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물들이 보인다. 교도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축하용 꽃다발이다. 면회 온 식구들의 표정도 밝았고, 간혹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제게 교육은 단순히 학문을 익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었고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날 포항교도소에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대구경북지역대학 포항교도소분교 학위 수여식 및 졸업식'이 열렸다.
수형시설에 대학 수업시설(분교)이 있는 곳은 포항교도소를 포함해 전주교도소, 여주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등 4곳뿐이다. 매년 800~900명의 수형자들이 교도소분교에 오고 싶어 하지만 정원도 정해져 있고, 선발 절차도 까다로워 겨우 30~40명 만이 입학할 수 있다.
포항교도소에도 대학 공부를 위해 모여든 24명의 모범수들이 늦은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날 이 중 11명이 4년간 노력한 성과를 인정받아 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수형 생활 중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선택한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성취는 놀랍다. 24명의 학생 중 18명이 방통대 전체 성적 상위 7%에게 지급되는 전액 장학금을, 2명이 반액 장학금, 2명이 수업료 장학금을 받고 있을 정도다. 특히 올해에는 포항교도소분교 학생 중 이영호(가명'38'영어영문과'무기징역) 씨가 방통대 설립 이래 최고 성적을 받아 전체 수석을 차지했고, 황민철(가명'32'문화교양학과'2016년 출소 예정) 씨가 졸업논문 우수상을 받아 기쁨을 더했다.
이 씨의 경우 8학기 동안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이 A+ 점수를 받았다. 한 과목은 A였다. 이 씨는 "비록 사회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몸이지만 하고픈 공부를 한다는 데 만족한다. 앞으로 더 공부해 가능하다면 번역일을 하며 많은 영문학을 접해 보고 싶다"고 했으며, 황 씨는 "앞으로 사회복지학을 더 공부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김종국 포항교도소장은 축사를 통해 "교정은 말 그대로 사람이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들이 배움을 통해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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