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초생활수급 연명 50대 女, 쪼르려 앉은 채 세상과 작별
돌보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맞은 죽음. 그 죽음마저도 한참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22일 오후 5시 40분쯤 대구 동구 방촌로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A(51'여) 씨. 그에겐 임종은 고사하고 죽음을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2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지만, 그는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굳게 닫고 살았다. 동네 주민들에게 기억된 A씨는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앞에 쌓아둬 썩은 냄새를 풍기는 '이상한 아줌마' 정도였다.
그의 죽음은 2년 전 세를 얻어 살았던 집주인 B(50) 씨에 의해 발견됐다. B씨는 A씨가 이사를 하면서 챙겨가지 않았던 짐꾸러미를 들고 가라고 종용하려고 A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집 앞에선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B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문을 열었을 때 A씨는 화장실에 쪼그려 앉은 채 숨져 있었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A씨의 통장 맨 마지막 줄에 새겨진 날짜는 1월 7일. 경찰은 A씨가 숨진 지 3~5주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주민센터에 남긴 A씨의 행적은 굴곡이 많았다. 1990년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과 잦은 다툼 끝에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집을 나오듯이 이혼을 했다. 자녀는 없었다. 1999년에는 의지하며 살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9살 많은 언니와 5살 많은 오빠가 있었지만, 왕래가 뜸했다. 그는 외톨이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에는 자궁경부암 진단까지 받았다. 다음해 수술을 받았으나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해졌다. 혈압이 높았고, 관절염도 심했다.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았던 그는 2000년 10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받는 40여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돌보는 사람이 없었으나 그는 '방문도우미' 대상이 아니었다. 65세에 미치지 않는데다 장애등급을 받은 적도 없어서였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진단서를 동주민센터에 내 기초생활수급자 지위는 유지했다.
동구청 생활복지과 관계자는 "그가 외롭고 힘들게 살았으나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어서 방문도우미 등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이웃과 교류하는 등 세상과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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