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칼럼] 한·일 국회의원의 무게감

입력 2014-02-24 11:12:47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회의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무게감이 나갈까? 열흘 전쯤 일본 중의원을 방문해 3일간 전'현직 의원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할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국회의원들을 취재해 온 경험에 비춰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우리와 일본은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로 정체가 다르다. 전자는 말 그대로 대통령이 중심이고 후자는 의회가 국권의 최고 기관이 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의회가 직접 행정을 담당하지는 않는다.(일부 장관이 의원직을 갖고 있지만 특수한 경우다.) 반면 의원내각제의 일본은 총리대신을 비롯해서 우리의 장관에 해당하는 대신은 절반 이상을 국회의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의회와 내각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국회가 단원제로 운영되는 반면 일본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나라 국회의원의 무게감을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해보자.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숫자는 300명이다. 인구 5천100만 명, 국토의 면적은 9만 9천373㎢이다. 국민 17만 명당 국회의원 한 사람이다. 면적은 국회의원 1인당 331㎢이다. 반면 일본은 국회의원 숫자가 중의원 480명, 참의원 242명을 합해서 722명이다. 국토의 면적은 37만 7천835㎢, 인구는 약 1억 2천800만 명이다. 국회의원 1인당 인구는 17만 7천여 명이고 면적은 522㎢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이 국회의원 1인당 인구가 조금 많고 면적도 넓다. 연봉에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억 4천만 원, 일본이 약 1억 6천만 원 정도 된다. 일본이 약간 더 많다. 제도상으로나 수치상으로나 일본 국회의원들의 무게감이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두 나라 국회의원의 어깨에 들어간 힘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나 보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지만 현실에서는 그 이상이다. 또 예외 없이 권위적이다. 정부 관료들이나 보좌진들의 국회의원 모시기는 깍듯하다. 국회의 문화가 이미 그렇게 고착화되어 있다.

국회의원들도 그런 예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소홀하다 싶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불호령이 떨어진다. 선거 때만 되면 이런 특권 내려놓기를 떠들어대지만 그때뿐이다. 지나가면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의 선민(選民)의식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러니 대통령 선거에서 내건 공약도 헌신짝 버리듯 무시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내색도 않고 오히려 큰소리다.

일본은 어떤가? 필자가 사흘간 본 일본의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에서 봐온 그런 국회의원상(像)이 아니었다. 기자의 방문 일정과 함께한 전'현직 의원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 소속 10선 관록의 전직 의원과 초선의 현역 의원이었다. 10선 경력으로 공명당의 부총재까지 오르며 35년간 국회의원을 지낸 86세의 노정객은 권위주의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첫날 화려하고 근사한 저녁 식사 때만 해도 역시 거물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그에게서 거물이나 권위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했다.

초선 현역 의원은 방문객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낮은 자세였다. 의원회관 회의와 중의원 본회의장 견학을 마치고 국회의사당을 빠져나오자 20명 가까운 한국의 손님들이 받아 걸었던 국회 방문 목걸이 표식을 옆에 비서가 서 있는데도 직접 거둬들이는 모습은 기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비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장면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 초선 의원이 다른 회의 일정이 있어서 거기에 참석하느라 식사 시간을 놓쳤다면서 이동하는 버스에서 혼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놀란 우리 일행은 서로를 쳐다볼 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국회의원이 의견 발표를 하는 옆에서 비서진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로 이야기를 듣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았다. '콩가루 집안' 같아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 내지 동반자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일본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의전을 금과옥조처럼 중시하고 특권은 죽으라고 챙기려는 우리 국회의원들보다 더 존경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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