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스마트폰의 위력

입력 2014-02-22 07:04:44

도시생활을 하는 저는 이동할 때에 대부분 자동차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운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그저 차창을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또 어떤 때는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에 가질 수 없는 이런 이점이 대중교통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복잡한 도심에서 모임을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하였습니다. 저녁 시간이어서인지 지하철역에 사람들이 그득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 심지어 중년의 남성들까지 이어폰을 끼고 있었으며, 일명 '똑똑한 휴대폰'(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열차에 올라탄 후에 사람들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가 살펴보니 인터넷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겨우 한두 사람만이 그저 음악을 듣거나 눈을 감고 있었고, 다들 눈과 손을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현대 첨단 과학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얼굴을 마주 보며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위험에 처했을 때 비상연락을 할 수 있으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전자책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재미있는 게임도 할 수 있으며, 집안의 가전제품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많은 역할을 스마트폰이 하다 보니 현대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아니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그야말로 똑똑한 스마트폰에 눈과 귀 그리고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며,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심지어 전화를 걸 때 단축번호만 사용하기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나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연락도 못 한다고 합니다. 너무나 똑똑한 스마트폰에 사람들이 지배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하철과 버스의 승객들 모두 스마트폰에 눈과 귀와 정신이 빼앗겨 있는 모습은 마치 무선조종을 받고 있는 로봇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막강한 힘에 밀려 길을 묻고 가르쳐주는 모습, 잠시 쉬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모습, 책과 신문을 보는 모습, 버스 차창으로 풍경을 구경하는 모습, 조용히 앉아 생각하거나 쉬는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해방될 수는 없을까요? 조금은 불편하지만 스마트폰의 조작을 받는 로봇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이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김명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대학원장 timoteo@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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