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농촌의 새희망 '마을영농'…경북도, 3곳에 3억 지원

입력 2014-02-22 07:36:54

공동 농지로 생산비용 최소화…두레·품앗이 공동체 의식 부활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벼 건조장 앞에서 김호웅(왼쪽) 노인회장과 (주)버버리찰떡 신형서 사장이 올해 영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재진기자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벼 건조장 앞에서 김호웅(왼쪽) 노인회장과 (주)버버리찰떡 신형서 사장이 올해 영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재진기자
봉화군 봉화읍 범들마을 마을영농회 남호원(왼쪽) 대표와 이형구 씨가 홍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마경대기자
봉화군 봉화읍 범들마을 마을영농회 남호원(왼쪽) 대표와 이형구 씨가 홍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마경대기자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 주민들이 마을 고택 앞에 모여 내년에는 더욱 성공적인 마을영농을 해내겠다며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 주민들이 마을 고택 앞에 모여 내년에는 더욱 성공적인 마을영농을 해내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도현기자

고령화된 농촌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경북형 마을영농' 사업이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마을영농은 농지와 농기계는 공동으로 이용하고 노동력은 한 곳으로 집중해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경상북도는 지난해 봉화군 봉화읍 석평3리 범들마을과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 안동시 서후면 금계마을 등 3곳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하고 3억원씩 보조금을 지원했다.

한 해 동안 땀을 흘린 마을에서는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라졌던 지역공동체가 회복되고 고소득 창출의 터전이 마련됐다. 고령으로 일손을 놓았던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도 생겨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경북도는 올해 마을영농 대상지 5곳을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고령 농가 위한 일자리 생겨나

이달 9일 오전 봉화군 봉화읍 석평3리 범들마을. 들판에 시설하우스 9동과 관리동이 들어서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온기가 감도는 시설하우스 안에는 파릇파릇한 부추와 붉은 고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호원(66) 마을영농회 대표와 이형구(68) 씨는 비닐하우스와 관리동을 분주히 오가며 내년 농사 준비로 바빴다. 비료와 거름을 옮기고 농작물을 살피며 비지땀을 흘렸다.

범들마을은 마을공동작업과 생산'판매로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경북도에서 지원받은 3억원으로 수막비닐하우스 5천㎡와 소형 육묘장 168㎡를 설치하고 트랙터와 콤바인 등 농기계 6종 35대도 마련했다. 마을영농회는 볍씨 소독부터 논갈이, 고추 및 부추 정식(모종을 밭에 옮겨심는 것), 모내기, 부추'고추 수확 등의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일자리도 생겨나고 부수입도 올렸다. 회원들은 하루 10시간씩 80일간 일하고 480만원을 벌었다. 절임배추 가공과 친환경 메뚜기잡기 체험장과 허수아비경연대회 등 체험관광 상품도 선보였다.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찾았다. 남 대표는 "처음에는 책임의식 부족과 시설 재배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내년에는 농한기 재배가 가능한 수박으로 작물을 대체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기업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 주민들은 판로 확보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마을은 지역 특산물 생산업체인 ㈜버버리찰떡과 손을 잡고 마을영농을 일구고 있다.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기업이 전량 매입하고, 기업은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벼 농사를 주로 하던 주민들은 ㈜버버리찰떡에 필요한 찹쌀'콩'팥 등으로 작목을 바꿨다. 수확한 벼를 건조하기 위한 건조장도 새로 지었다.

마을영농에 참여한 27개 농가 주민들은 수시로 모임을 열고 의견을 나눴고, 두레'품앗이 등 농촌마을 공동체의식을 되살렸다.

김호웅(74) 노인회장은 "예전에는 농가마다 따로 영농 계획을 세우고 일했지만 지금은 다 함께 하고 있다"며 "능률도 오르고 서로 돕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마디로 옛날 농촌마을의 공동체가 다시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지난해보다 찹쌀'팥'콩 등의 재배면적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신형서 ㈜버버리찰떡 사장은 "그동안 여러 산지에서 공수해온 찹쌀로 찰떡을 만들다보니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는 금계리에서 전량 공급받다 보니 찰떡의 질도 나아지고 있다"며 "기업과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사라진 농촌 공동체 되살아나

개성 고씨 집성촌인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은 물을 대서 농사를 짓던 마을에서 종자를 키워내는 벼 종자 채종지로 변신했다. 마을영농사업 지원금으로 벼 종자 육묘장과 저온저장고, 건조창고 등 각종 육종 시설과 원예육묘상자, 지게차, 이앙기, 콩 예취기 등 농기계를 갖춘 덕분이다.

따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신왕영농조합을 설립하고 벼 생산부와 전작물 생산부, 채소생산 유통부, 농기계 및 시설관리부 등 분야별로 책임자를 임명했다. 이들은 파종부터 육묘 이양, 물관리, 병해충 방제, 수확, 건조까지 공동 관리한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종자원에서 매월 한 차례 재배교육을 받고, 세미나와 포럼도 열어 재배기술을 익혔다. 마을 발전을 위한 장기종합계획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주민들 모두 친지들이다 보니 마을공동체 의식과 결속력이 더욱 강해져 공동 작업도 수월하다. 고성주 신왕영농조합 총무는 "농촌의 미풍양속인 상부상조와 협동정신으로 더욱 똘똘 뭉쳐 모든 일을 함께 해낸다"고 했다. 고준모 신왕영농조합 회장은 "마을영농사업 등 장기종합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10년 내에 도시에서 살던 친인척들이 모두 귀향해 살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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