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과 비유로 육화시킨 어머니의 버선…『백점례 시집 '버선 한 척'』

입력 2014-02-22 07:39:55

백점례 시집 '버선 한 척'/백점례 지음/만인사 펴냄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로 201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된 백점례 시인의 첫 시집이다. 책과 같은 제목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67편의 작품을 실었다.

이정환 시조시인은 백점례 시인에 대해 "사물과 세계의 비의를 개성적인 가락과 비유로 육화하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시집 속 작품들을 살펴보자. '물풀'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고, 골풀과 부들과 생이가래의 생존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환기한다. 한데 뭉쳐 스크럼을 짠 물풀들이 물길을 막는 모습은 세상살이 속 희망과 의지의 표현이다. '미루나무 수사학'은 재치 있고 경쾌하다. 미루나무는 멋쟁이 나무다. 푸른 코트 입고, 바람 들자 팔을 들어 수천 개의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는 쓸쓸한 로맨티시스트다. 묘사만으로도 읽는 맛이 난다.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는 배의 항해를 어머니의 버선으로 은유했다. 이정환 시조시인은 "풍랑을 맨손으로 돌리고 쳐내고, 올올이 힘줄을 풀어 비바람을 묶어내는 등의 표현은 인생과 세계에 대한 개성적인 재해석과 리얼리티를 내재했다"고 말했다. 114쪽, 8천원.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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