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명태(明太)의 추억

입력 2014-02-21 11:18:57

우리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바다 생선은 '고등어'와 '명태'밖에 없다. 1952년에 초연된 변훈의 가곡 '명태'가 고전이라면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는 1980년대 히트곡이다. 2002년 발표한 강산에의 7집 앨범에는 함경도 사투리로 부른 '명태'가 나온다.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리로 만든 아가리젓/ 눈알은 굽어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그 기름으로도 약용으로도 쓰인데제이니/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 되고 시가 되고 약이 되고 안주 되고 내가 되고 니가 되고….'

고등어와 갈치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국민 생선' 명태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제사상에 오르는 것만 봐도 훨씬 윗길이다. 명태는 복덩이다. 복 많이 들어오라며 대문 문설주에 매달고, 명태의 간으로 등잔불을 밝히기도 했다. 신행 온 새신랑 발바닥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것도 명태다.

명태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명태로 36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얼큰한 생태찌개에 북엇국, 코다리찜, 명태회냉면, 명태식해는 기본이고 구운 노가리는 술안주로, 명태 껍질은 반찬거리다. 수컷의 정소인 이리와 애(간), 암컷 알집인 곤이(鯤鮞)는 생태탕'대구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드물다. 생태와 동태, 북어, 황태, 망태(網太), 조태(釣太), 막물태, 강태, 왜태, 노가리, 코다리(내장을 빼고 꾸덕꾸덕 말려 4, 5마리씩 코 꿴 것) 등 별칭이 20가지도 넘는다.

한때 그물만 던지면 잡혔다고 할 정도로 흔했던 명태가 이제 전설이 됐다. 국산 명태의 본산인 고성 거진항에서도 생태는 눈 씻고 봐도 구경하기 어렵다. 명태 암컷 한 마리에 시가 10배의 현상금이 붙어도 물건이 없다. 현재 유통되는 명태는 북태평양에서 잡은 러시아산이 대부분. 명태와는 거리가 멀었던 러시아'일본이 눈독을 들여 명태가 회유하는 길목에서 마구 잡아들이면서 우리 동해의 명태 어장이 텅 빈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어제 '국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동해에서 잡힌 명태의 수정란에서 치어를 생산해 방류한단다. 산 명태를 가져오는 어부에게 50만 원의 사례금도 준다. 수년간 인공 종묘를 통해 거의 씨가 말랐던 대구가 기사회생했듯 명태의 화려한 부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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