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첩 조작' 의혹 놓고 또다시 정쟁에 빠진 여야

입력 2014-02-20 11:27:25

여야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정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 2심 재판부의 요청으로 중국대사관이 보내온 '유 씨 출입국 기록 위조' 회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또다시 특검을 들고 나왔다. 이는 모두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일방적 예단이라는 점에서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이번 사건을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와 연결지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선진국이 안 된 국가에서는 정부기관에서 발행한 문서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꼭 중국이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이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이 유 씨의 출입국 기록을 발급해준 뒤 문제가 되자 '위조됐다'고 발뺌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자칫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예단이다.

민주당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19일 또다시 장외 집회를 열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한 특검과 함께 '유 씨 사건'에 대한 특검도 요구했다. '특검병'도 이 정도면 구제 불능이라 할 만하다. 민주당의 특검 요구는 검찰이 유 씨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단정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증거 조작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유일한 근거는 증거가 조작됐다는 유 씨 변호인의 '주장'뿐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은 진상 규명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철저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의 조사를 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검찰의 조사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다. '정략'과 '당리'(黨利)에 매몰된 일방적인 예단은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특히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은 검찰의 진상 조사 결과 증거 조작이 명백하다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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